[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최고문화경영자 CCO/ 그랜트 맥크래켄 지음/ 유영만 옮김/ 김영사/ 1만4000원
건축은 단순히 기술이나 예술의 문제가 아니다. 집을 짓거나 다리를 만드는 이 일은 다른 사람의 삶을 설계하는 일이기도 하다. 건축가들이 평소 사람들의 삶에 깊은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축 공부는 문학과 역사, 철학을 넘나들기 마련이다.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다른 이들의 삶이 어떤지를 살피고, 역사를 배우면서 과거 우리의 삶이 어땠는지를 되돌아보는 게 건축 공부다. 나아가서는 철학을 고민하면서 우리 삶이 무엇인가를 따지는 게 바로 건축이다.
기업 경영도 건축과 마찬가지다. 단순히 돈을 쫓는 게 아니라 '사람'을 살피고 또 '문화'를 고민하는 일인 것이다. 시카고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캐나다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의 현대문화연구소장을 지낸 그랜트 맥크래켄은 이와 관련해 경영인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전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동안 '사람'과 '문화'를 읽어내는 일을 최고경영자(CEO)에게만 맡겨왔다고 지적하는 맥크래켄은 "우리에게 CEO나 구루(Guruㆍ힌두교에서 스승이나 지도자를 일컫는 말)는 필요치 않다"며 "이젠 사회 전반에 녹아든 '문화'를 읽어낼 수 있는 최고문화경영자(CCOㆍChief Culture Officer)를 회사에 세워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짧게는 '유행', 길게는 '문화'를 따라 가는 기업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사회 곳곳에 녹아든 '문화'를 읽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도브(Dove)'가 있다. 비누, 샴푸 등 생활용품을 파는 도브는 한 연구조사를 보고 회사 광고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난 3년 동안 성장률 상위 10위 브랜드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변화의 시작은 한 연구조사 결과에서부터였다.
실비아 라그나도 도브 글로벌브랜드 책임자는 어떤 연구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2%만이 '나는 아름답다'고 답한 것을 보고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읽어냈다. 소비자들에게 아릉다움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직접 조사한 도브는 '날씬한 금발의 백인 여성이 아름답다'라는 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도브의 해결책은 단도직입적이었다. 날씬한 금발의 백인 여성이 나오는 광고 대신 평범한 여성들의 사진으로 회사 이미지를 알리기 시작한 것이다. 도브는 그렇게 보통 모델보다 체격이 큰 여성이 민무늬 흰 속옷을 입은 채 등장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며 대성공을 이뤄냈다. 모두가 '사람'과 '문화'를 쫓은 덕분이었다.
1970년대 암담했던 뉴욕을 단숨에 사랑받는 도시로 만든 'I ♥ New York'이라는 문구가 탄생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역시 키워드는 '사람'과 '문화'였다. 예산은 파산 직전이었고 살인범죄율이 하늘을 찔렀던 1970년대의 뉴욕. 당시 뉴욕주 상업부국장이었던 빌 도일은 관광산업을 다시 세우고 시민들의 사기를 높여줄 캠페인을 하려 밀튼 글레이저를 채용했다. 글레이저는 다소 평범해 보이는 'I ♥ New York' 문구를 만들어 캠페인을 벌였다.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디자인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이 문구는 뉴요커들과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여 1970년대의 뉴욕을 구렁텅이에서 살려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 문장엔 비밀이 숨어 있었다. 'I ♥ New York'을 읽을 때 첫 단어는 소리를 내 발음할 수 있지만 두 번째 단어는 눈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말로 시작했던 게 이미지로 바뀌는 것이다. 문장 가운데에 박힌 이 '♥'는 단지 뉴욕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넘어 사랑하는 그 감정을 느끼게끔 한다. 글레이저는 '말' 대신 따뜻한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는 '♥'로 사람들 사이에 숨어 있는 좋은 감정을 이끌어냈다.
도브의 실비아 라그나도, 뉴욕의 밀튼 글레이저와 같은 최고문화경영자(CCO)가 회사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맥크래켄이 쓴 '최고문화경영자 CCO'에 모든 게 담겨 있다. 모토로라와 나이키, P&G가 어떻게 '사람'과 '문화'를 따라가며 성공을 일궈냈는지, CCO의 역할은 무엇인지, CCO는 어디서 영감을 얻어야 하는지 등을 배우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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