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중국 최대 국영은행 중 하나로 한국의 산업은행에 해당하는 중국개발은행(CDB)이 100억달러 규모의 CDB 캐피탈펀드를 앞세워 해외 투자 및 중소기업 대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관계자를 인용해 CDB 캐피탈펀드가 아시아지역 중소기업 대출펀드인 MP퍼시픽하버캐피탈의 기초투자자(Cornerstone Investor)가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CDB는 최근 중소기업 대출 관련 지식재산권 정보와 전문인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CDB는 MP퍼시픽하버의 기초투자자 지위를 획득함으로써 이후 펀드 투자에 공동 참여할 수 있게 된다. MP퍼시픽하버는 리먼브러더스 출신으로 홍콩 투자시장의 베테랑인 워런 앨드리지가 이끄는 펀드로, 약 10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미국 뉴욕의 헤지펀드 매틀린패터슨이 출자한 곳이기도 하다.
CDB는 앞서 5월에도 지난달 샌프란시스코 소재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투자자 대열에 합류했다. TPG의 운용자금 규모는 500억 달러로 CDB는 싱가포르투자청·쿠웨이트투자청과 함께 TPG에 투자한 국부펀드 중 하나가 됐다.
외국계 금융기관 투자에 높은 관심을 보였던 CDB는 3년 전에도 미국 씨티그룹에 대한 지분 인수를 시도했으나 중국 정부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가 국내 금융시장의 과도한 유동성을 해외로 돌리기 위해 해외투자를 적극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TPG에 이어 아시아지역 중소기업 투자에까지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FT는 지금까지 중국 은행들은 부도 가능성 등을 우려해 중소기업체에 대한 대출을 꺼리고 신용 위험이 매우 낮은 국영기업체 위주로 투자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중소기업체들은 경기가 호황일 때에도 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최악의 경우 부도 위험에 몰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기과열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중국 정부가 최근 9개월간 기준금리를 네 차례, 시중은행 지급준비율을 아홉 차례에 걸쳐 올리는 등 긴축정책을 통한 시중 유동성 흡수에 나선 것도 중국 중소기업체들에게는 더욱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왕치산 중국 부총리는 4일 “시중 은행들이 중소기업을 지나치게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중소기업 부문 대출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CDB는 캐피탈펀드를 2년 안에 싱가포르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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