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1시간 넘기던 경영전략회의 50분 만에 속전속결
실적 호조에 "지속 관리 힘써라" 당부만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요즘 현대ㆍ기아자동차 내부에서는 이달 초 열렸던 정몽구 회장 주재 경영전략회의가 화제다. 매달 초 실적을 확인하는 월례 행사인 만큼 별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최근 들어 '회의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든 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정 회장 주재 현대차와 기아차 경영전략회의는 각각 50분과 30분만에 일사천리로 끝났다. 현대차 회의에는 R&D, 기획 등 그룹 공통업무 보고가 포함돼 있어 기아차 보다 통상적으로 길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7일 열린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영전략회의 시간은 각각 40분과 32분을 기록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회의시간이 '비공식 최단 기록'이라고 했는데, 이를 감안하면 이달 열린 기아차의 회의시간은 신기록을 세운 셈이다.
현대ㆍ기아차 경영전략회의는 매월 열리는 회의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다. 정 회장 주재로 각사별로 30여 명이 참석하는 회의에서는 매달 성과와 계획을 보고하는 만큼 긴장감이 높다.
보고는 생산과 R&D, 영업, 해외법인 등 전 부문에서 이뤄진다. 여기에 질의응답과 지시사항 전달까지 더해지면 한시간을 넘기는 게 예사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차는 통상 1시간30분 간격을 두고 회의 일정을 잡는다.
이달 열린 회의에서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각사 사장의 생산 및 수출, 내수 판매대수 보고를 시작으로 각 본부장 보고, 공장별 생산, 해외 법인별 판매 순으로 진행됐다.
그럼에도 회의시간이 줄어든 데는 정 회장의 발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각 부문별 보고를 받은 후 다방면으로 질문을 하거나 지시를 내리는데 요즘 들어 별다른 지시사항 없이 회의를 끝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열린 회의에서는 '지속적인 품질 관리에 힘써라' '장마철 시설관리에 각별히 유념하라' 등의 일반적인 내용의 당부를 했고 지난달에는 '하이브리드차 홍보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현대차와 기아차가 국내외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생산대수가 곧 판매대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외 시장에서 질주하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가 할 수 있는 말이 딱히 없다는 얘기다.
특히 6월 현대ㆍ기아차의 내수와 해외 판매에서는 사상 최고치가 줄을 이었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10만4253대)과 중국(8만6299대)에서 신기록을 경신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과 판매 모두 목표 대비 초과달성했다는 보고가 계속 나왔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자의 영향 때문인지 임원들이 주재하는 여러 회의에서도 양상은 비슷하다. 현대차그룹의 한 계열사는 최근 CEO 주재로 해외 법인 실적 관련 회의를 개최했는데, 호실적 때문에 오히려 '공급 물량을 늘려달라'는 요구만 들은 채 회의를 마치기도 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워낙 호조를 보이고 있어 회의에서 할 말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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