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49)이 지난달 30일 사임의사를 밝혔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의 사직을 허락할지는 미지수다. 경제가 침체되고 실업률이 치솟은 상황에서 재선전을 치러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인준청문회를 할 경우 공화당의 집중타를 맞을 게 뻔한데 가이트너 장관을 놓아줄리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일(미국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이트너 장관의 사임을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은 우선 현재의 정치환경에서 상원 지명청문회와 인준 투표를 거치는 것 자체가 하나의 ‘투쟁’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준표결에는 공화당 지지가 필요한데 공화당의 지지를 얻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청문회 과정 자체가 민주당의 경제정책 성토장이 될 공산이 매우 크다. 상반기 성장률이 2%를 밑돌만큼 회복이 더디고 실업률이 9.1%에 이를 만큼 고용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재선을 위한 선거전을 치러야 하는 오바마 대통령은 청문회장에서 갈기갈기 찢기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후임자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백악관과 공화당간의 간극을 이을 가교역할을 하면서도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경제계도 다룰 인물을 찾는 것도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가이트너 장관을 설득할 것이며, 그를 이유도 충분하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피터선연구소 선임연구원인 윌리엄 클린은 “우리(미국)는 아직 겨제위기를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면서 “이런 유에서 경제위기 문제 전반을 잘 아는 누군가가 재무부에 남아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 정부가 출범할 때 합류한 경제팀중 남아 있는 마지막 멤버다. 지난해 피터 오재그 백악관 예상국장과 래리 서머스 국가경제회의(NEC) 이 백악관을 떠났고, 오스탄 굴스비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도 오는 8월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혀놓았다.
그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의 경제위기에서 미국 경제를 벗어나게 해 취약하긴 하지만 회복기조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이트너 장관은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해결한 후 사임을 고려하겠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30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부채한도 상향 조정이 미국 경제의 신용도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이 14조3000억 달러인 부채 한도를 8월2일까지 상향 조정하지 못할 경우 디폴트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 합의에 실패할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현행 'Aaa'에서 'Aa'로 강등할 것임을 재차 경고해왔다.
지금까지 나온 사임이유는 “쉬고 싶다”거나 “가족을 돌보겠다”는 정도다. 금융위기 발생당시 그는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였고 이후 재무부장관을 만나 위기 극복에 매달렸으니 심신이 지칠대로 지쳤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오바마의 설득과 만류를 뿌리치고 가이트너가 공직을 떠난다면 누가 후임자가 될 것인가? . 로이터통신은 세금문제처럼 민주당과 공화당간의 이데올로기상의 차이에 가교역할을 함으로써 ‘험한 물결’을 잔잔하게 할 후임자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는 일부 분석가의 추측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뉴욕 시장인 마이컬 블룸버그를 떠밀어 직을 맡게 하거나 관심없어 하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회장에 손을 벌릴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공화당이 생각하는 적임자는 한 상원의원의 한 보좌관의 말에 나와 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후보자가 신뢰할 만하고, 좌파 어젠다를 극단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인준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명자가 지출확대를 지지하고, 높은 세금은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인준을 받기란 매우 힘들 것”이라고 못박았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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