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삼성전자가 연중에 사장을 교체하는 초유의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조직기강과 실적챙기기, 후계구도 포석 등 '1석 3조'를 노린 충격요법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의 인사설은 지난달부터 제기돼 왔지만 일부 임원에 한정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올 들어 실적부진으로 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LCD사업부를 비롯해 세계 일류라는 자부심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친 일부 조직의 수장을 바꾸는 것은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후계구도 정립을 위한 이 회장의 초강수인 셈이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문의 경우 회사의 총 매출 중 약 20%를 차지하지만 올 1분기에 2300억원의 적자를 냈고 2분기에도 부진이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반도체 부문도 20나노급 D램 양산 계획이 후발주자로 여겼던 엘피다에서 먼저 발표되면서 겉으로는 무덤덤했지만 삼성전자 이미지에는 상당한 내상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엘피다의 20나노급 양산 발표나 LCD사업부 실적부진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두고 봐야 안다'고 밝혔지만 속내로는 그동안 1등에 안주해 안이하게 대처를 해온 것이 아니냐는 반성과 질책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최 지성 부회장도 1일 CEO 메시지를 통해 "온정주의와 적당주의가 만연하게 되면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지고 기업의 신뢰까지 잃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회장이 4월 서초사옥출근 후 처음으로 던진 '부정부패 일소' 화두와 이에 따른 '직원 관리를 못한 상사에 대한 무한책임' 발언을 고려할 때 최근 그룹 경영진단을 통해 하위직이라도 불미스러운 사례가 적발돼 이에 대한 책임을 물었을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는 이번 삼성전자 인사가 이재용 체제 구축을 위한 포석깔기, 즉 이학수 고문의 인맥정리 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후계구도와 맞물려 보는 것은 과장된 시각"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 사장 13명 중 적지 않은 수가 이학수 체제가 공고하던 때부터 회사에서 입지를 굳힌 인사들이다.
지난 2008년 4월 이학수 당시 전략기획실장이 고문으로 물러났지만 삼성전자 고문이자 여전히 그룹내 2인자로서 막강한 힘을 발휘해 왔고 작년 10월 삼성카드 고문으로 물러난 후에도 이학수 실장의 인맥파워는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이재용 체제 구축을 위한 인사 신호탄은 '젊은 조직'을 대의로 내걸어 작년 말부터 출발됐지만 이번 인사에서 연중 CEO 교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은 과거 인맥과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그룹 내에 천명한 것"이라며 "이 사장이 향후 삼성전자를 실질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약 3~4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남은 기간동안 이 사장의 확실한 인맥이 하부조직에 탄탄히 포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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