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제에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그 해답의 질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설사 자신이 불변의 투자법칙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 법칙을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투자세계, 경제환경에 적용할 수는 없다.” 월 스트리트의 살아있는 전설 존 템플턴이 한 말이다.
이 말은 주식투자에 있어 절대 투자법칙도 영원한 투자고수도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은 있다. 겸손해야 한다. 겸손의 방법은 무엇인가.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최근 한 증권사가 직원 1000여명에게 물었다. ‘휴가철 날씨만큼 뜨겁게 오를 종목은 무엇일까요?’ 휴가철 해외여행자가 늘어 실적 호조가 예상되는 하나투어가 1위(25%), 북미시장 점유율 상승이 기대되는 현대자동차가 2위(20%), 3위는 LG화학, 4위는 제일모직 순이었다.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반기 주도주는 자동차·화학주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증권사들이 쏟아낸 하반기 주식 투자 전망을 들여다보면 증권사마다 비슷한 면이 많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면도 발견된다.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이나 성공 투자 아이디어 보고서를 보고 투자자들은 꽉 쥐고 있는 현금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며, 투자를 결정하기도 한다.
국내 증권사가 2009년 5월 이후 ‘주식을 팔라’는 매도 의견이 단 한건도 없었다는 최근 언론 보도가 나오긴 했지만, 몇 달간 머리 싸맨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한 전망치와 기대치는 어느 정도 신뢰를 갖는다. 하반기 전망과 투자전략에 대해 국내 증권사 센터장, 투자전략팀장 다섯 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투자증권 김정훈 투자전략팀장
8월이후 상승랠리…내수 모멘텀주 주목
김정훈 팀장은 하반기 증시에 대해 1950P~2400P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수 흐름의 고점은 12월경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김 팀장은 “본격적인 상승 랠리는 8월 이후 펼쳐지고 6~8월까지는 박스권 플레이가 예상된다”고 했다.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슈는 미국의 경기 둔화다. 이는 미국 2차 양적 완화 종료 이후 미국 경기 흐름이 유동성과 글로벌 경기 전반적인 여건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기 둔화 우려가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일시적인 것인지 미국의 경기 둔화 강도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인지 판단이 필요하다.
오 팀장은 “국내 지수 조정 과정에서 펀드로 자금이 유입돼 국내기관이 주식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으나 외국인은 2차 양적 완화 프로그램 마무리 등의 이유로 제한적 순매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하반기 주도업종으로 중국 긴축 강도 약화에 따른 내수 모멘텀이 지속될 예상인 자동차, 화학 업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SK증권 리서치센터 박정우 투자전략팀장
수출 주도 성장지속…2550P까지는 무난
박정우 팀장의 하반기 전망은 낙관적이다. 연말까지 코스피지수 2550P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 팀장은 “국내 경제는 민간소비 개선 부진에도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경기 호조에 힘입어 수출 주도의 성장 국면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GDP 실질성장률은 4.6%로 추정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 화학, 자동차, 건설, 유통주 주도하에 12개월 예상 기업 실적이 올해 18% 내외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 팀장은 이에 따라 “화학·에너지·자동차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화학, 에너지, 자동차 업종은 이머징과 상품시장의 호조에 힘입어 2009년 이후 새로운 주도주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최근 유가 하락 등으로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상품가격 실적 상관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대체에너지와 사업구조 다변화라는 2가지 테마가 주도주 상승을 이끌고 있고 이러한 주 동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라고 했다.
철강·기계, 금융·건설주는 트레이딩 시각에서 접근하라는 조언이다. 박 팀장은 “수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세계 및 국내 경기 불확실성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며 IT, 철강, 기계의 상대 수익률이 저조하다”며 “미국의 경제(더블딥), 중국의 긴축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시점이 중요하다”고 했다.
금융과 건설은 각각 밸류에이션 (PBR 0.7배 수준)과 수주에 따른 주당순이익(EPS) 개선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결론적으로 박 팀장이 추천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은 주도주(화학·에너지·자동차) + α(철강·기계·반도체·건설·금융)이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조병문 센터장
소프트 패치 종료…이머징 수혜주 유망
조병문 전무는 한국증시의 5~6월 약세 국면에 대해, “소순환 사이클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소프트패치(경기가 상승 국면에서 본격적인 후퇴는 아니지만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의 영향이며 점차 상승 추세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우선, 소프트패치를 야기했던 그리스 사태는 EU-IMF의 구제금융 패키지, 중국의 측면 지원 등으로 국채 차환이 무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본 대지진의 영향 역시 일본의 가동률 개선으로 글로벌 가치사슬 충격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조 전무는 “기존 달러약세 기조 및 에너지 가격의 안정적 흐름까지 추가된다면 EM경제(Emerging Market. 새로이 성장하는 신흥시장)의 고성장성을 재확인하면서 아시아 EM증시 선호현상을 지속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현 국면은 주식 비중 확대의 기회로 삼고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조언이다. 조 전무는 본격적인 조정 국면은 가을 이후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업종전략은 EM 고성장 수혜주인 자동차, 화학과 중국 진출 내수주를 추천했다. 조 전무는 또한, “포트폴리오 차별화전략(알파전략)상 산업재(건설·조선), 주요 제조업의 중간재(자동차부품·화학EG-PX 제조사 등) 등은 이익사이클 및 인플레이션 전이과정 상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한양증권 임동락 연구원
기업 실적전망 양호…추세적 상승장 올 것
임동락 연구원은 “경기 관련 논쟁에도 불구하고 주도업종을 비롯한 하반기 실적 전망이 양호해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 충분하다“고 했다.
2분기 종료 이후 달러화는 달러화 공급 감소로 강세 가능성이 높지만 경기 회복에 따른 민간 신용창 출로 총유동성은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상품가격 및 인플레 압력은 정책적인 통제 움직임이 지속되며 하향 안정화 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인플레 압력이 둔화될 경우 기업 마진 개선 및 유효 수요 확대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임 연구원은 잠재적 리스크에 대해, 유럽 재정 리스크, 한국 가계부채 문제, 미국 출구전략 등을 들었다.
이 중 미국 출구전략은 자생적 경기 회복을 의미하는 통화정책 정상화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임 연구원은 하반기 증시 전망에 대해, 3분기 저점을 높여가는 박스권 장세로, 4분기 추세적 상승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말까지 1970~2300P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 연구원은 3분기 주도업종으로 자동차, IT, 유통, 건설, 은행, 보험을 들었고, 4분기에는 자동차, 화학, 정유, IT, 건설, 은행주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주형 투자전략팀장
글로벌리스크 약화…3분기 중반 이후 상승장
김주형 팀장은 최근 국내 투자심리가 위축된 이유에 대해 진단했다. 그는 “금융 위기 이후 회복의 근간을 이루었던 두 축인 유동성과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형성되면서 조정을 받고 있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의 2차 양적 완화 정책(QE2) 종료, 미국 경제지표의 악화, 그리스 채무조정 우려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
하지만, 2분기가 예정대로 6월 말에 종료되겠지만, 미 연준의 출구전략은 점진적이고 순차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2분기 종료 이후에도 연준은 당분간 보유 채권 만기분의 재투자를 통해 달러 공급을 지속할 전망이며, 빨라도 내년 2분기 이후에나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블 딥((Double Dip, 이중 경기침체) 논쟁에 빠져 있는 미국 경제는 ISM 지수가 여전히 월간 20만명 전후의 꾸준한 고용 증가를 시사하고 있으며, 가계 소득 역시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스 재정 위기와 유럽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지만, 2014년까지의 재정 부족 금액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지원 계획이 확정돼 이와 관련된 불확실성도 빠르게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김 팀장은 “결론적으로 하반기 국내 증시는 여러 가지 글로벌 리스크와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점차 정상 궤도를 찾아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즉, 하반기 국내 경제가 상반기 보다 높은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이익성장률은 여타 신흥국들 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국내 증시는 3분기 중반 이후 상승 국면에 재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ISM지수
미국의 공급자관리협회(ISM : 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가 미국 안의 20개 업종 400개 이상 회사를 대상으로 매달 설문조사를 실시해 산출하는 지수다. 제조업지수(ISM Index)와 비제조업(서비스업)지수 두 가지로 발표되는데, 두 지수 모두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50 이하면 경기 위축을 예고한다.
이코노믹 리뷰 이학명 mrm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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