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독일이 그리스 채권을 30년간 만기연장(롤오버) 해주자는 프랑스의 제안에 원칙으로 동의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다는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그리스 의회가 29일 표결에서 긴축안을 처리할지는 여전히 안개속과 같다.
로이터통신은 28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그리스 채권자인 독일 은행들은 30일 독일 정부와 그리스 채무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협의를 앞두고 이른바 '프랑스 제안'(유럽판 브래디계획)에 원칙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제안중 하나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그리스 국채의 70%를 신규 그리스 국채에 재투자하는 방법이다. 재투자 금액의 50%는 30년 만기 국채에 투자한다. 나머지 20%는 AAA 등급을 채권에 투자된다. 이는 상당수 은행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다른 방안은 채권자들이 원금의 90% 이상을 그리스 채권에 재투자하는 것으로 새로운 그리스 국채는 5년 만기에 5.5% 이자를 붙인 채권으로 지급하는 방안이다.
두 방안 모두 그리스 국채를 디폴트 수준으로 강등하지 않는다는 신용평가회사들의 비공식적 면제조항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세부적인 옵션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단계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논의도 29일 그리스 의회의 긴축안 처리여부에 달려있다.
그리스 의회는 29일 5년짜리 긴축 재정 프로그램에 대한 찬반 투표를 벌이고 30일에는 국유자산 매각과 경제구조개혁안을 표결에 부친다. 법안의 골자는 5년간 280억 유로를 절감하고 공기업 민영화 등으로 500억유로를 확보해 빚을 갚는다는 것이다.
그리스는 긴축안이 통과되면 그리스는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구제금융 5차분 120억유로를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긴축안이 부결되면 그리스는 다음달 15일 만기가 돌아오는 24억 유로와 8월 만기 66억 유로 규모의 국채 상환을 할 수 없어 디폴트가 불가피해진다.
올리 렌 EU 경제ㆍ통화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28일 성명을 통해 "디폴트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정부가 새롭게 마련한 긴축안을 의회가 승인하는 것"이라면서 "부결에 대비한 '플랜 B'는 없다"고 일축했다.
게오르게 프로보풀로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도 "긴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것은 그리스 자살 투표행위와 같다"며 의회에 긴축안 승인을 촉구했다.
그러나 야당인 민주당이 긴축안을 반대하는 데다 그리스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어 의회의 긴축안 승인은 여전히 미지수다.
그리스 공공노조연맹(ADEDY)와 노동자총연맹(GSEE)가 긴축 강화 정책에 반대해 48시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와 시민은 아테네 재무부 청사 앞에서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충돌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