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아시아 기업공개(IPO) 시장이 '퍼펙트 스톰' 충격에 휩싸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기상용어인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강력 폭풍)'은 개별적으로 보면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 등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 현상을 말한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미국의 재정위기,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유럽의 채무 재조정, 일본의 스테그네이션 등이 결합해 2년 뒤 세계 경제가 퍼펙트 스톰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지금까지는 아시아 자본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가 거둔 성적이 양호한 편이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1~6월 IB업계가 아시아 지역에서 기업 인수·합병(M&A), 주식 및 채권 발행 등으로 벌어들인 수수료는 64억달러나 된다. 2년 연속 세계 최대 IPO 시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홍콩이 올해에도 IPO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이 IB업계의 상반기 수입에 보탬이 됐다.
하지만 문제는 하반기다.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와 그리스 재정 부채 문제 등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바짝 위축되면서 활기를 보이던 아시아 금융시장에 서서히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IPO 시장이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아시아지역에서 총 55개 기업이 IPO 계획을 연기하거나 철회했다. 그 규모만 84억달러로 6개월 기간 기준 2000년 이후 세 번째다. 6월 선전증권거래소 상장을 준비하고 있던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 난닝바링기술이 3억위안(4640만달러) 규모 IPO를 철회하며 중국 주식시장에서도 이례적인 IPO 철회 바람이 불었다.
JP모건의 케스터 응 아시아 자본시장 부문 대표는 "투자자들이 쉬고 있다"며 "우리는 퍼펙트 스톰 한복판에 있다"고 말했다.
홍콩 주식시장에서는 새내기주들이 줄줄이 공모가 밑에서 거래되며 공모주에 대한 매력을 떨어트리고 있다. 올 해 들어 20개 기업이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해 5000만달러 이상을 조달했는데, 이 중 절반인 14개 기업은 현재 공모가 밑에서 거래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다니엘 디스 아시아 금융시장 담당 대표는 "여름을 보내면서 IPO 활동이 주춤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시장의 관심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가을에 얼마나 활발한 IPO 활동이 재개돼 시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중국의 경제 상황이 지난해와 같지 않음은 IPO 시장에 다시 활기가 찾아올 수 없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여름에 중국농업은행이 220억달러의 대규모 IPO를 진행하면서 주춤했던 IPO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줬지만, 올해의 경우 60억달러의 자금 조달이 예정돼 있던 광다은행 마저 IPO 계획을 연기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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