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엄청난 규모의 중국 지방정부 부채가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리스크로 또 다시 부각됐다.
중국 국무원 감사기관인 심계서(審計署)는 27일 중국 지방정부 부채 규모가 10조7000억위안(약 1조6500억달러·1793조4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은 지난해 기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7%를 차지하는 규모다.
중국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에 힘쓰면서 지방정부의 과도한 은행 대출을 눈 감아 주고 지방정부가 무분별하게 인프라 구축, 부동산 프로젝트에 돈을 쏟아 부은 것이 엄청난 부채의 화근이 됐다.
일각에서는 발표된 지방정부 부채 규모가 축소된 것이어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지방정부 부채를 포함한 중국 정부의 빚이 전체 GDP의 82%에 달할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 소재 시장조사기관 드래고노믹스는 지방정부와 국유은행, 철도부 부채 등을 포함한 정부의 공공 부채 규모가 GDP의 82%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그 동안 중국 경제의 빠른 성장, 낮은 금리, 풍부한 외환보유고는 중국과 부채가 상당히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하게 했지만 이번에 드러난 엄청난 규모의 지방정부 부채 규모는 이 모든 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단번에 알려주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엄청난 부채는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중국 정부가 더 이상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펴기 힘들게끔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정부가 갚아야 하는 부채 부담도 더 커지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부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 규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얼마나 많은 양이 악성 부채로 분류되는지 정확한 집계를 할 수 없다는데 있다. 중국건설은행의 엘리자 류 이코노미스트는 "지방정부 부채의 20~30%가 고(高)위험 부채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토지 매각을 통해 재정 수입을 확보해왔던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부동산 시장 과열 억제책의 타격을 받아 예전 만큼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지방정부의 부채 상환에 걸림돌이다.
지방정부가 부채 상환을 하지 못하게 되면 중국 상업은행들도 연쇄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중국건설은행의 폴 슐테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 은행권이 정확하게 얼마나 많은 양의 지방정부 부채에 노출됐는지 알 수가 없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이 주식시장에서 은행주 급락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달 초 10만개 이상의 지방정부 자금 조달 기구가 대출한 자금이 전체 위안화 대출 중 약 30%, 2조200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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