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김은별 기자, 조목인 기자] 장맛비가 내리는 27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공원은 SC제일은행 노조에서 대절한 버스와 탑승하려는 노조원들로 북적였다. 여의도공원 1번 출입구에서 시작된 줄은 150미터를 넘어 늘어서 있다.
노조에서 마련한 버스 40대 중 절반 가량은 이미 집회가 열리는 강원도 속초로 출발했고 25대 가량이 노조원을 태우려 기다리고 있다.
궂은 날씨에도 삼삼오여 모여 버스를 기다리는 은행원들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손에는 작은 가방에서부터 큰 캐리어까지 많은 짐이 들려 있었다.
강동구 소재 지점에 근무한다는 40대 은행원은 "이번 파업에 동참해야한다는 전 직원의 공감대가 큰 상황이고 합병 이후에 쌓여온 감정들이 이번에 폭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입사 20년이 넘었다는 그는 "제일은행 시절에는 일에 대한 보람과 사명이 있었는데 이제는 상품을 몇 개 더 팔고, 실적을 얼마나 더 올려야하는 지에 대한 생각뿐"이라며 "직원들은 이번 사건을 생존권의 문제로 보고 있다. 여기가 한국이지 영국이 아닌데 경영진은 이윤추구와 성과만능주의로 모든 걸 판단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신입이라는 20대 여행원은 "아직은 잘 모르지만 직원들의 분노가 심한 걸 느낀다"며 "주변의 모든 직원들이 파업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일선 지점도 폭풍전야다. 전체 18명의 직원 중 계약직 2명과 지점장, 부지점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출근하지 않은 서울 충무로1가 제일지점엔 직원이 없는 텅 빈 창구가 많았다.
궂은 날씨 탓인지 이른 시간엔 손님이 많지 않아 큰 혼선은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업무가 지연되는 모습이다.
지점 관계자는 "업무 인수인계도 다 돼 있고 취급하지 않는 업무도 없다"면서도 "당분간 바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정한영 SC제일은행 홍보팀 부장은 "상황을 봐가며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놨고 고객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노조가 반대하는 성과연봉제는 한국을 제외한 세계 70개국에 진출해 있는 SC금융지주 거의 모든 지점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한편 대만의 전국은행노동조합은 한국 금융노조와 SC제일은행 노조에 연대 서신을 보내 파업 지지를 표명했다. 라이 완 치(Lai Wan Chih) 노조위원장은 "대만의 SCB(스탠다드차타드은행)를 비롯한 5만2000명의 노조원들을 대신해 SC제일은행 노조의 무기한 총파업을 적극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성과연봉제는 SC가 글로벌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시행하려고 하지만 이는 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민진 기자 asiakmj@
김은별 기자 silverstar@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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