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거대한 안전망 될 것"이라고 화답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김영식 기자]유럽을 순방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유럽 구원투수 역할을 자임했다. 재정위기로 한푼이 아쉬운 유럽 국가들에게 유럽 국채를 사들이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24일 닷새간의 일정으로 유럽 순방에 나선 원 총리는 25일 첫 방문국인 헝가리 수로 부다페스트에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공동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유럽 채권시장의 장기 투자자”이라면서 “근년들어 중국은 국채보유를 크게 늘렸으며 유럽과 유로화를 계속해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은 헝가리 국채를 ‘일정량’ 매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은 24일 게로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긴축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최대한 막겠다고 공약했다.
원 총리는 “중국은 유럽과 기회를 공유하고 도전에 대처하며 공동의 발전을 달성할 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안정된 발전과 중국과 유럽간 유대관계의 심화를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오르반 총리는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은 헝가리 국채를 중국이 사들이겠다는 약속은 중기 자금수요가 있는 헝가리에는 ‘큰 안전망(huge safety net)'라며 크게 환영했다.
지난해 당선된 오르반 총리는 지난해 IMF와 상을 중단한 이후 재원조달을 위해 연기금을 예산에 투입하고 은행과 에너지, 소매와 이동통신 사업에 특별 세금을 부과했다. 헝가리는 올해 초 유로화 및 달러표시 국채를 발행하는 등 40억 유로(미화 57억 달러) 규모의 외화표시 자금조달 계획을 완료했다.
오르반 총리 정부는 현재 복지지출도 삭감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 정부는 내년에 5500억 포린트(미화 29억 달러), 2013년에 9000억 포린트의 지출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는 채권시장에서 조달을 할 수 있다. 만약 중국이 헝가리 국채를 산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큰 안전망이 될 것”이라면서 “이제 우리나라의 중기 자금자금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헝가리에 대한 교역규모를 지난해 87억 달러에서 2015년까지 200억 달러로 늘리는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유은행을 통해 헝가리내 프로젝트 지원을 위해 10억 유로 규모 차관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25일 서명한 12개의 협정문의 일환으로 헝가리에 12개 물류기지를 세우고,화학산업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오르반 총리는 소개했다.
한편,중국 정부는 유럽 순방에서 어떤 논의가 오갈지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이목은 3조400억 달러 이상인 외환보유고의 달러 자산 의존도를 낮추려고 하는 중국 정부가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유럽 국가들을 위해 외환보유고를 풀 것인가에 쏠려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24일 원자바오 총리의 이번 유럽 순방이 외환보유고의 유럽 투자 확대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그리스 등 유럽국가의 재정 위기 극복이 유럽의 최대 현안 과제인 만큼 중국은 방문국에서 유럽 국채매입을 통해 문제 해결 '구원투수'로 나서는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은행업계는 벌써부터 중국이 미국 달러자산 매입 비중을 줄이고 유럽 국채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국 은행 스탠더드 차터드(SC)는 중국의 올들어 4월까지 외환보유고가 약 2000억 달러 증가했는데, 새로 유입된 자금 중 75%가 달러화 자산이 아닌 다른 자산, 특히 유럽 국채매입에 상당 부분이 투자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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