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한식세계화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올해도 절반이 지나갔지만 한식세계화 관련 예산의 집행률은 20%선에 머물러 있고, 50억원을 들여 미국 뉴욕에 고급 한식당을 개설하겠다던 '플래그쉽 한식당' 프로젝트는 마스터 플랜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한식 세계화 사업비 명목으로 올해에만 국회에서 311억원의 예산을 배정 받았다. 한식재단이 161억원, aT(농수산물유통공사)가 110억원,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하 농기평)이 40억원 등이다.
그러나 6월 하순 현재 예산 집행률은 22%에 불과하다. 한식재단이 12%(20억원), aT 23%(26억원), 농기평 60%(24억원) 등이다. 사업 특성상 한꺼번에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사업 진행 정도에 따라 지급하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사업 추진이 너무 저조한 수준이다.
정부는 2009년과 2010년에도 한식세계화 사업으로 100억원과 241억원의 예산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에도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 각각 14억원과 38억원의 예산 불용액이 발생했다. 올해도 이 같은 사업 추진 속도라면 수십억원의 불용액 발생은 불가피해 보인다.
농식품부가 미국 뉴욕 중심가에 세계적인 수준의 고급 한식당을 세워, 한식세계화를 이끌겠다며 추진중인 '플래그십 한식당' 사업도 전혀 진척이 없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말 국회로부터 50억원의 예산을 타냈지만 6개월이 지난 현 시점까지 단 한푼의 예산도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올 3월까지 확정하기로 한 마스터플랜도 감감 무소식이다.
플래그십 한식당을 추진하기위해선 민간업체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선뜻 나서는 업체는 지금까지 단 한 곳도 없다. 당초 농식품부는 정부가 초기비용을 투자하고 실제 한식당 운영은 전문업체에게 맡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 뉴욕에서 잘 알려진 한식당 '우래옥'이 지난달 문을 닫는 등 뉴욕 인근의 유명 한식당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어 민간업체들의 관심이 쏙 들어갔다.
한식 세계화사업은 지난해 말 예산 배정을 놓고 '영부인인 김윤옥 여사 홍보용 아니냐'는 논란이 일면서 여ㆍ야 의원들 간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는 세부사업 계획을 확정한 후, 국회(농식품위)에 보고하고 사업을 진행하도록 돼 있지만 현재까지 국회와의 업무 협의도 변변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플래그십 한식당' 개설 예산을 인력양성 등 다른 목적의 한식세계화 사업 예산으로 전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을 정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플래그십 식당)운영방식과 관련 구체적인 설립방법에 대한 논의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조만간 국회와의 협의를 거쳐 추진방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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