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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너 간 우리금융 민영화...KB·하나금융 셈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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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사실상 불가능..우리금융은 '환영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박민규 기자, 김은별 기자] 금융당국의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 작업이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오는 29일까지로 예정돼 있는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위한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가 무위에 그칠 전망이다.

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 소위에 출석해 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정부가 추진중인 우리금융 민영화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져 당사자인 우리금융을 비롯해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지주사의 계산도 복잡해졌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진행중인 우리금융 민영화가 무산될 경우 빨라야 연말께나 다시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 변수가 많아 공이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민영화 대상인 우리금융에서는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서는 남은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더라도 오는 29일까지 입찰참가의향서(LOI)를 낼 곳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혁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입찰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굉장히 낮아졌고 합병이 진행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만족한다"고 말했다.


민영화가 이번에도 어려워졌지만 다른 지주사와의 합병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노조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임기가 끝나는 8월 이후 새롭게 구성되는 공자위를 통해 짜여질 새로운 민영화 방식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측에서 공자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 건으로 발목이 잡혀있는 하나금융 입장에서도 일단 기회를 확보했다는 차원에서 나쁘지 않게 보고 있다.


하나금융은 기존 방침대로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매매 계약 연장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누차 "우리금융 인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만큼 이번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 무산은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우리의 입장은 기존과 동일하다"며 "우리금융 인수는 검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판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면서 사실상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작업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 등 다른 쪽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우리금융 인수에 발을 담갔다가 인수전이 장기화되자 외환은행 인수로 선회했다.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마련해 놓은 약 4조7000억원의 인수대금도 문제다. 마냥 썩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산은금융지주 외에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KB금융은 우리금융 민영화 무산 가능성이 커진 시점에서도 "애초부터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이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어윤대 KB금융 회장이 메가뱅크를 통한 경쟁력 향상을 강조해 온 상황이어서 새 매각방법이 제시되는 시점에서 우리금융과의 빅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자위가 일괄매각이라는 방침을 바꿔 우리금융 자회사인 경남ㆍ광주은행 및 우리투자증권 등을 따로 떼내 팔 가능성도 있다. 어 회장은 공공연히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관심을 표명해왔다.


한편 지주회사법 시행령은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하려면 소유지분의 95% 이상 취득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는 민영화 작업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당초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지주사에 대해서는 이 규정을 50%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시행령 내용을 법안에 아예 못 박아 버리겠다"는 국회 정무위원들의 반대에 막혀 결국 포기하게 됐다.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으면 우리금융 인수에 10조원 이상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다.




김민진 기자 asiakmj@
박민규 기자 yushin@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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