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연과 100인의 여자> 스토리온 월 밤 12시 10분
결혼한 여자 100명과 함께 하는 토크쇼 <이승연과 100인의 여자>(이하 <100인의 여자>)는 한 마디로 중년판 <겟 잇 뷰티>다. 온스타일 <겟 잇 뷰티>가 ‘모든 여자는 아름답다’는 모토를 향해 시청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2~30대 여성들에게 부담 없는 뷰티 노하우를 알려준다면, <100인의 여자>의 지향점은 결혼한 모든 여자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어제 방송의 주제는 ‘결혼한 여자들의 로맨스’였다. 자칫 위험수위를 넘나들 수도 있고 혹은 진부한 아침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었지만, <100인의 여자>가 기혼자들의 심리를 다루는 방식은 발칙하면서도 신중하다. ‘결혼 후 다른 남자와의 로맨스 경험’이라는 도발적인 질문에 행복한 미소로 “비가 오면 생각나는 추억”으로 회상할 수 있었던 건, 그 질문에 앞서 다섯 명의 훈남이 방청객들에게 장미꽃과 도시락을 건네며 자연스럽게 연애하는 시절의 기분을 끄집어낸 덕분이다.
낯선 남자가 불러주는 서툰 세레나데에도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제서야 MC 이승연은 본론으로 들어가 그들에게 묻는다. ‘결혼한 여자들이 왜 로맨스를 꿈꾸는가?’ 그 순간 판타지는 걷히고 다시 질펀한 현실로 돌아왔지만, 덕분에 100명의 여자들은 자신보다 아이와 TV를 더 좋아하는 남편의 무심함에 대해 편안하게 털어놓았다. 처음부터 단도직입적으로 ‘왜’라고 묻는 대신,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기다려준 셈이다. 그 안에서 100명의 여자들은 내 남편도 한 때 생일 이벤트를 해주던 달콤한 남자였음을, 나 역시 한 때 사랑받는 여자였음을 기억해냈다. 그러니 비록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할지라도 기혼자들이 ‘나도 여자다’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100인의 여자>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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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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