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프라임브로커 준비에 한창이던 중소형 증권사들이 패닉 상태다. 헤지펀드 성공 여부의 핵심 고리인 프라임브로커의 인가 조건이 자기자본 규모 2~3조원대가 유력해지면서 일부 대형사만 해당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20일 금융위원회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과 관련해 프라임브로커를 준비해왔지만 자기자본 기준에 미달하는 증권사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3년 전부터 프라임브로커리지팀을 운영해왔던 미래에셋증권은 초비상이다. 미래에셋은 자기자본은 1조9000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실(室)로 관련부서를 조직해 만반의 준비를 기울여 왔는데 자기자본 기준이 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해져 당황스럽다"며 "어떻게 해서든 조건에 맞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 3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규모는 대우증권이 약 2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삼성증권 2조8000억원, 현대증권 2조7000억원, 우리투자증권 2조6000억원, 한국투자증권 2조4000억원 등 3조원대를 넘는 증권사는 전무한 상태다.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신한금융투자가 1조9000억원, 대신증권 1조7000억원, 하나대투증권 1조5000억원 등은 2조원에 못 미친다.
중소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헤지펀드나 프라임브로커에 대한 자격 요건은 업계가 제시한 수준보다 높게 나와 당황하는 분위기"라며 "헤지펀드 업무를 할 수 있는 회사가 너무 제한되는 측면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기준이 상당히 높아 대형사에게만 유리한 국면이 돼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자기자본 기준이 적정하게 낮춰지면 자기자본을 늘리려 하겠지만 너무 높은 수준이면 확충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증자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자본금을 늘려야 하지만 조달규모가 너무 크고 마침 시장 상황도 여의치 않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윤영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프라임브로커는 위험을 지고 관리할 수 있는 증권사에 한해 개방될 수 밖에 없어 전반적으로 자기자본 및 위험관리능력 등을 갖춘 증권사에 한해 허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프라임 브로커 업무가 일정한 자기자본 기준을 충족하는 증권회사에만 한정적으로 허용될 전망"이라며 "기준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국내 대형 증권사의 자기자본이 2조원 후반대임을 감안하면 3조원 전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골드만삭스 등 대형 IB의 경우 수익의 20% 이상이 프라임 브로커리지에서 창출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해당 업무 수행이 가능한 대형 증권사에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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