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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이야기] “선주가 되고 싶어? 나에게 연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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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매매 담당 '선박 딜러'의 세계


[배 이야기] “선주가 되고 싶어? 나에게 연락해?”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10년 세계우수선박으로 선정된 LNG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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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전세계적으로 놓고 볼 때 한반도는 국토의 크기나 위치만으로 해양경제의 중심권은 아니다.


그런데, 전 세계의 선박 대부분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등 극동 아시아 지역 3개국이 건조하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도 조선소가 없는 게 아닌데, 왜 모든 선주들이 한국에 선박을 만들어 달라고 몰리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가장 성능좋은 선박을 가장 저렴하고 빠르게 만들어 내는 기술적 우위가 될 것이지만 기술만 좋다고 선박을 많이 만드는 것은 아니다. 누가 어디서 배를 발주한다고 하면 그 정보를 누구에게서 가장 먼저 듣고 가장 빨리 선주가 원하는 배를 만들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영업력이 조선소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럼 반대로 따져 볼 때 고가의 선박을 만들고 싶은 선주도 기왕이면 내가 지불하는 돈으로 가장 좋은 배를 갖고 싶어한다. 그런데 너무나 많은 조선소에서 내 배를 누가 가장 잘 만들어줄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이런 선주와 조선소의 사정을 모두 잘 알면서 양측에 다리를 놔주고 이견을 조율해 주는 사람 또는 집단이 있는데, 이들을 일컫어 ‘선박 딜러’, 또는 ‘선박 브로커’라고 부른다.


[배 이야기] “선주가 되고 싶어? 나에게 연락해?” 삼성중공업이 처이나시핑에 인도한 현존 최대 크기의 1만4100TEU급 컨테이너선 ‘CCL스타호’


선박 브로커는 증권 브로커, 선물 브로커 등이 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들은 전문적이고 폭넓은 지식 이외에도 문어발과는 비교도 안되는 인맥을 통해 자신의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다.


선박딜러의 종류는 주력 업무에 따라 크게 4가지로 나뉘는데 ▲중고선박을 직접 사고파는 브로커 ▲신조선 건조를 중개하는 브로커 ▲화물을 실을 선박을 수배해주고 연결시켜주는 브로커 ▲장기간 선박의 임대차를 중개하는 브로커로 나뉜다. 이중 직접 배를 매매하는 이른들이 바로 ‘선박 매매 브로커’다.


소위 상선 부문에서는 대부분의 거래에 이들 선박 브로커가 개입된다고 보면 되는데, 통상 대형 상선은 선가의 3~4%, 중대형 또는 선박은 10% 이상을 수수료로 받기도 한다. 상선 한척의 거래액이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하니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챙기는 셈이다.조선과 해운 활황기가 되면 조선업체들과 해운업체들은 브로커에 대한 수수료를 적잖이 책정하지만 일감이 부족한 요즘에는 수수료도 덩달아 곤두박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급쟁이 사원이나 중소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들에 비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직업이니 조선·해운쪽 일을 해본 사람들은 한 번 정도 꿈꿔 봤음직한 직업이다.


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만큼 업무 강도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신조선 중개는 선주 입장에서 사실상 원하는 납기와 품질을 맞출 수 있는 조선소를 선택하기 위한 모든 정보를 브로커에게 맡기는 경향이 강하다. 즉, 선주의 마음을 열게 하는 일은 1차적으로 브로커들이 담당하기 때문에 브로커는 선주와 가족 이상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조선소와의 관계에서도 100% 갑이 아니다. 계약을 위해 조선소는 선주사들과의 눈을 트기 위해 브로커들과 우호관계를 맺곤 하지만 이는 철저한 사업상의 관계이기 때문에 최종 매매계약 체결까지 전 과정에 개입해 조율을 해줘야 한다.


만약 매매가 성사되지 않으면 중개를 위해 해외 및 국내를 오고가며 소요한 경비는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하고 대개 매매 성사까지 수개월 혹은 2-3년까지 걸리기 때문에 비용 리스크도 상당히 크다.


[배 이야기] “선주가 되고 싶어? 나에게 연락해?” 미국 조선·해양 전문지 ‘마린로그’에 올해 최우수 선박으로 선정된 독일 CP오펜의 1만4000 TEU 컨테이너선 ‘MSC 사보나’호 명명식.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했다.


이미 한국의 빅4 조선소들은 글로벌 해운사 선주들과 인연을 맺은 상태라 대규모 거래에서는 직접 협상에 임하는 경우도 많다. 직거래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브로커들이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브로커들도 기존 선박 거래 중개를 넘어 선박금융, 선급 등 관련 부문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쪽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종래에는 영국 런던 해운거래소가 있는 런던에 브로커들이 몰려있었지만 조선업이 장기간 호황을 지속하면서 뉴욕과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도 산재해 활동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약 200~300명 정도의 선박 브로커가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소규모 선박 중개 및 지원인력까지 합치면 약 1000여명 정도가 이 업에서 종사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08년에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조선업계가 찬 바람을 맞으며 선박 브로커 업계도 찬바람을 맞았으나 오히려 우후죽순 난립하던 브로커 업계도 경쟁력을 갖춘 상위 톱 랭커들의 힘을 발휘하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배 이야기] “선주가 되고 싶어? 나에게 연락해?” STX조선해양이 건조한 5만8000t급 벌크선


위에서 언급한 데로 선박 브로커는 선박 관련 지식뿐 아니라 경제학, 법학, 금융 등 상공업의 기본 학문에 대한 전문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현재 활약하고 있는 사람들은 통상 해양계 대학을 졸업하고 배를 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해운 관련 업계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뜻을 품고 영어에 매달리면서 준비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법학 경영 언어학 등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배의 중개는 배를 얼마나 잘 아느냐도 중요하지만 경기 흐름에 따라 경기를 예측하고 선박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사이에서 협상을 잘 이끌어 내고 선박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계약서를 어떻게 쓰고 꾸미느냐가 실무의 정점에 있다. 자연스럽게 법에 밝고 무역실무와 금융에 눈을 뜬 사람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해무사자격증 같은 인증을 요구했지만 필요했지만 지금은 비즈니스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도 진출을 허용하고 있다. 물론 배를 잘 아는 직종에서 근무하는 게 유리하다. 해운사 아니면 조선사 등에서 관련 실무를 익히거나 아예 중개회사에 취직을 해서 하나하나 배우는 경우도 있으며, 선박 중개회사들은 신입보다는 경력을 우선 채용한다. 가장 필수요건은 영어다. 작문은 말할 것도 없고 정교한 계약서 작성 능력과 협상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갖춘, 소위 말해 영어권 국가 국민 수준의 영어 구사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박 중개업체에 취업할 때 대졸 신입직원은 연봉 3000만원선에서 시작하지만 이는 특별히 의미가 없다. 경력이 쌓이고 계약 성공률이 높은 ‘픽싱 브로커’가 되면 연봉은 수억원이 넘어가며, 계약 성공에 따라서 플러스 알파도 얹어준다고 한다.


또한 업체에서 근무하다 쌓은 인맥으로 아예 회사를 차려 CEO로 변신 하는 경우도 많다고하니 자신의 능력에 따라 평생 직업으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도 있다.
<자료: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한진중공업·성동조선해양>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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