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아쉬운 무승부였다. 하지만 한국 여자축구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한판이었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이 18일 일본 에히매에서 열린 원정평가전에서 후반 30분 지소연의 동점골에 힘입어 '숙적' 일본과 1-1로 비겼다.
이날 경기는 한일전이란 사실만으로도 두 팀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나아가 한국에겐 9월 열리는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앞둔 최종 모의고사. 일본 역시 27일 개막하는 2011 독일 여자월드컵을 대비한 시험무대였다.
선수 구성에서부터 승리를 향한 두 팀의 각오를 읽을 수 있었다. 한국은 지소연을 비롯해 전가을, 조소현(이상 현대제철), 이장미·차연희·박희영(이상 고양대교), 권하늘(부산상무) 등 최정예 멤버를 구성했다. 일본 역시 '살아있는 전설' 사와 호마레를 비롯해 오노 시노부, 이와부치 마나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했다 .
사실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은 일본보다 한 수 아래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일본은 4위, 한국은 16위였다. 2011 독일 여자월드컵에도 일본과 달리 한국은 출전권조차 획득하지 못했을 정도. 이날 경기 전까지 역대 A매치 2승7무13패의 상대전적만 봐도 그동안의 열세를 읽을 수 있었다. 특히 1990년 육상, 핸드볼 등 타 종목에서 전환한 선수들로 처음 구성됐던 여자대표팀은 일본에 1-13으로 대패했던 바 있다.
그럼에도 이날 경기서 대표팀은 결코 밀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일본을 압박했다. 지난 몇 년간 눈부시게 발전한 한국 여자축구의 기량을 재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폭우로 인한 수중전. 경기장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제대로 된 패싱 게임이 구사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초반 흐름은 일본의 몫이었다. 점유율과 슈팅 숫자 모두 한국에 앞섰다.
다만 결정력은 떨어졌다. 전반 20분에는 사와의 강력한 헤딩 슈팅이 골문을 빗나갔다. 1분 뒤 심서연의 핸드볼로 주어진 일본의 아크 정면 프리킥에선 미야마 아야가 오른발 직접 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하늘을 향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 수중전에 적응하지 못해 수비부터 애를 먹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몸이 풀리는 모습이었다. 강한 압박으로 볼 탈취점을 높였고, 최전방의 박희영-차연희-이장미를 활용한 공격으로 상대 수비를 공략했다.
전반 32분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이장미가 흘려줬고 이를 차연희가 골문 바로 앞에서 오른발 슈팅했지만 슈팅은 골키퍼 품안으로 그대로 안기고 말았다. 전반 41분 차연희의 프리킥도 무위로 끝났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박희영을 빼고 전가을을 투입했지만 주도권은 여전히 일본이 잡고 있었다. 상대의 공세에 한국은 수비의 견고함으로 맞섰다. 중앙의 심서연(수원FMC)과 측면의 류지은(고양대교)은 적극적인 플레이로 후방에 안정감을 부여했다. 이에 일본은 후반 22분 '떠오르는 신예' 이와부치 마나까지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대등한 경기를 이어가던 한국은 후반 25분 미야마에게 오른발 중거리 슈팅에 의한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수비 집중력이 순간 흔들리며 중앙 지역에 공간을 내준 것이 치명적이었다. 패배의 어두운 기운이 엄습하는 듯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지메시' 지소연이 있었다. 후반 30분 일본 골키퍼가 공중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떨어뜨린 공을 지소연이 낚아챘고, 이어 골문 앞에 뛰어든 상대 수비의 키를 넘기는 침착하면서도 감각적인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후반 32분에는 상대 수비 뒷공간을 침투한 지소연이 전가을이 찔러준 로빙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며 땅을 쳤다. 이후 두 팀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지만, 결국 결승골을 넣지 못한 채 1-1로 경기를 마쳤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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