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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장 뚫은 中 인쇄업체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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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에 있는 출판·인쇄업체 '일공일공(1010)프린팅'의 공장 내부. 현지 인쇄업체 가운데 세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대규모 물량을 인쇄하는 이 공장 창고 한켠에는 산림경영인증(FSC)을 받은 종이더미가 수북이 쌓여 있다.


중국 내 종이 소비량이 늘어난 만큼 자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종이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이 인증을 받은 종이는 아직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 힘들어 따로 재고를 계획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 구매담당자인 리건은 "일반적인 종이는 필요할 때마다 구할 수 있지만 FSC인증 종이를 만드는 곳은 아직 거의 없어 한국과 일본 제지업체에서 종이를 공급받아 쓰고 있다"고 말했다.


FSC인증이란 UN 산하 환경개발회의에서 처음 논의된 제도로 나무와 관련한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가급적 산림을 해치지 않은 제품에만 주는 일종의 친환경 마크다. 나무를 심는 과정부터 벌목·가공에 이르기까지 두루 살피기 때문에 이 인증을 따기 위해선 몇년이 걸린다.


이 회사가 지난해 국내외 제지업체로부터 구매한 FSC인증 종이는 4000t 규모. 한국기업으론 한솔제지가 대부분인 3500t을 공급했고 나머지는 일본과 대만기업 제품이다. 국내 제지기업인 무림도 최근 일부 견본제품을 보내와 품질을 테스트중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늘린 4500t 정도 FSC인증 종이를 쓸 예정이다.

이 회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류주젠은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 출판사의 경우 고품질의 종이로 인쇄하길 원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며 "출판업계에선 FSC인증 여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 한솔제지 등 FSC인증기업과 꾸준히 거래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내수시장을 포기하고 전 물량을 수출하고 있는 이 회사의 성공비결은 까다로운 고객사 입맛에 맞춘 철저한 고품질 전략에 있다. 2004년 설립돼 이듬해 우리돈 17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해외거래처를 지속적으로 늘려 지난해 매출 700억원을 넘어섰다. 매달 500만권 분량의 책을 인쇄할 수 있는 최신 인쇄설비를 갖추고 비싸도 좋은 종이를 쓰기 때문이다.


미국출판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출간물을 수출하는 업체 가운데 이 회사는 일곱번째로 규모가 많은 걸로 집계됐다. 지난 2009년 호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꼽힌 펭귄사의 키친가든컴패니언이란 요리책도 이곳에서 한솔제지의 종이로 제작됐다. 아기사진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사진작가 앤 게디스 역시 자신의 작품을 인쇄할 때 이곳 인쇄소에서 한솔의 종이를 고집한다고 한다.


류 대표는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널리 쓰이는 상황에서도 어학교재, 스포츠잡지나 상업용 브로셔 등 특화된 인쇄출판 시장은 최근 3년간 전혀 줄지 않았다"며 "앞으로 어떻게 변할진 모르겠지만 종이가 당장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이저우(중국)=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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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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