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우려를 더해가는 가계부채 급증 문제에 대해 "위험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예견된 위기인 만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피력했다.
17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서 김 총재는 케네스 로고프, 카르멘 라이하트의 저서를 인용해 "'이번은 다르다'라는 인식이 항상 존재해 왔지만 결국 위기는 반복돼 왔다"며 "하지만 다시 말하면 당국자들이 '이번은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한 반면 예견된 위기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국이 상황을 직시하고 대처한다면 이미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가 위기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는 "어디까지가 위험수준이고, 해야 할 일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버블은 터지기 전까지 버블이 아닌 것처럼 위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위기를 위기라고 한 경우는 많지 않았으며 위기는 항상 위기가 아니라고 말해져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가계부채 문제가 정책당국자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는 점을 경계했다. 김 총재는 "경기가 좋을 땐 위기가 아니라 경제를 잘 운영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조준희 중소기업은행장, 김정채 하나은행장,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김태영 농협신용대표이사, 이주형 수협은행장이 참석했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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