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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반값 등록금'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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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10 민주항쟁 24돌인 오늘 대학생과 시민단체가 대학등록금 반값 인하 실현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를 열기로 해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6ㆍ10 항쟁 때 넥타이 부대가 가세하면서 시위가 폭발적인 양상으로 번졌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아무래도 '반값 등록금' 얘기를 처음 꺼낸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지 싶다. 프로메테우스가 신의 나라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자 제우스가 그 혜택에 맞먹는 불행을 주기로 하고 인간 여자 판도라에게 온갖 고통이 든 상자를 선물로 주었다. 황 원내대표가 꼭 호기심을 못 이겨 그 상자 뚜껑을 연 판도라 꼴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는 대학생만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의 이슈이기도 하기 때문에 휘발성이 강하다. 노후 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년을 맞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에 자녀 학비 부담은 무엇보다 절박한 문제다. 자녀만은 대학교육을 통해 생존경쟁력을 갖추게 해주고 싶은 게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민주당도 판을 잘못 읽고 허둥댔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소득 하위 50% 계층에 초점을 맞추며 등록금 논쟁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곧바로 인하 대상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촛불시위에 참여할 낯이 있을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대로 여론을 수렴하고 쟁점을 정리해내지 못하면 집회와 시위라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의 의사표현이 분출될 수밖에 없음을 정치인들이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에 따라서만 등록금 문제에 접근한 양상이니 참으로 정치도 섣부르게 한다는 생각이 아니 들 수 없다.


오늘 촛불시위에 참석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는 무책임한 정치인이다. 등록금 문제가 적당히 얼버무릴 수 있는 이슈가 아님은 여론조사 등에서 이미 확연히 드러났다. 대학 안에 잠복해 있던 문제를 공론장으로 확 끄집어낸 정치권이 책임을 지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등록금에 낀 거품은 어느 정도인지, 등록금을 낮추는 데 필요한 부담을 대학 구조조정과 정부 재정지원 사이에 어떻게 배분할지 등 따져보고 의논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정치인이 켜야 할 불은 거리의 촛불이 아니라 국회의사당의 등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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