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기자,공수민 기자]일본 의회가 회기를 70일간 연장하기로 함에 따라 조기 퇴진하겠다는 간 나오토 총리(64)가 8월 말까지 총리직을 수행하는 길이 열렸다.
간 총리는 지난 2일 오후 중의원 본회의에 앞서 열린 집권 민주당 의원 모임에서 "지진 및 원전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된 뒤 사임하겠다"면서 퇴진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내 반대세력도 마음을 돌려 불신임안을 부결로 이끌어냈다.
그러나 간 총리는 10조엔 규모의 3차 추경예산 편성, 1조엔 규모의 올해 예산운용을 위해 40%의 공채를 발행하기 위한 특별공채발행법안 등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며 70일간의 국회 회기 연장을 요구해왔다.
야당권이 회기연장을 받아들였지만 간 총리가 회기 종료후에도 직을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민주당내 2인자인 오카다 카츠야 의원이 회기연장과 간 총리 퇴진은 연계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추경안은 간 총리 퇴진후 새 총리 정부에서 의회 승인을 받겠다고 야당 의원들에게 약속하기도 했다.
간 총리는 퇴진 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일본 신문들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경쟁하듯 차기총리 후보자를 보도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간사장,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을 비롯한 민주당 중역들은 노다 재무상을 차기 총리를 사실상 결정하는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옹립하기로 했다.
물론 노다 재무상은 언제 총리직 후보에 나설지 천명하지 않았지만 중역들이 밀고 있는 만큼 사실상 당선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일본 정치권 평가다.
중의원 5선 의원인 노다 재무상은 민주당 내 최대 계파인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그룹과 자민당·공명당 등 야권에서 비교적 거부감이 적은 인물인데다 2차 보정예산 편성을 앞두고 재해복구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기 총리로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판론도 적지 않다. 일본 정치평로가인 모리타 미노루는 "그는 예의범절을 따지고 차분한 사람이지만 지나치게 재무성과 가깝고 충실하다"면서" 그래서 그는 재무성 사고를 따라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다는 또 지난해에 이어 지난 3월 서방선진공업7개국(G7)의 엔화약세를 위한 공조개입에도 참여했지만 개입은 그가 주도했다기보다는 정부내 그의 상급자나 고위 과료들이 선도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가 가혹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꼼꼼하게 챙기지도 않는 인물이라는 것은 일본의 통화정책방향은 노다보다는 차기 재무장관에게 더 의존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올해 54세인 노다 장관은 다부진 체격에 말이 별로 없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타고난 달변가로 정책에 정통한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노다는 유권자들에게 직접 연설하기를 좋아해 어떤 때는 기차역에서 반나절을 연설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다. 선거시즌이면 그는 당내 다른 의원들이 선거유세장에 나타나기를 가장 많이 청하는 정치인기도 하다.
일본의 정치인들과 달리 그는 자위대 출신의 아버지를 뒀으며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고 방송국에 입사하지 않고 정계에 입문했다.그는 29살이던 1987년 치바현에서 의원으로 당선됐다.
공수민 기자 hyunhj@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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