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지난 3월 온두라스전에 이어 최근 A매치 2연전을 통해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베스트11의 밑그림을 어느 정도 완성했다. 특히 고심을 이어가던 박지성-이영표의 대체자에 지동원-김영권을 낙점했다. 공교롭게도 둘은 각각 세르비아전(김영권)과 가나전(지동원)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승리에 공헌했다.
반면 다른 K리거들에겐 씁쓸한 A매치 기간이었다. 물론 이용래, 정성룡(이상 수원), 김정우(상주) 등 존재감 뚜렷한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이승현(전북), 윤빛가람(경남), 신형민(포항)이 세르비아전에, 김재성(포항), 박원재(전북)가 가나전에 후반 교체출장했지만 모두 20분 내외의 짧은 출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다. 고명진(서울), 이상덕(대구), 이재성(울산), 황재원(수원)은 아예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현 대표팀의 절반 이상이 해외파다. 이중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차두리, 구자철, 이정수, 정조국, 남태희 등 유럽-중동파가 중용되고 있다. K리거가 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현재까진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한 번의 기회가 남았다. 8월 10일 삿포로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원정 평가전. 조 감독은 "8월 한일전 때는 유럽파를 부르지 않고 국내파로만 경기할 것"이란 입장을 일찌감치 밝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A매치 데이어서 소집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유럽 프로리그 개막을 앞둔 시점이어서 선수들이 소속팀에 전념하라는 배려 차원의 결정.
국내파라 밝혔지만 J리그 역시 이 범주에 들어간다. 더불어 왼쪽 공격수로 낙점된 지동원도 여름 중 선덜랜드 이적 가능성이 큰 만큼 기회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이달 중순 열리는 올림픽 예선을 앞두고 꾸준히 대학선수 위주로 훈련을 치렀다. 4월에는 아예 대학생 선수만으로 소집 훈련을 가졌다. 기존 U-20 대표팀 출신의 입지가 견고한 가운데 "대학 선수 한 명만 건져도 성공"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난 1일 오만과의 평가전에서 반전 드라마가 나왔다. 김영근, 배천석(이상 숭실대) 등 대학 선수들이 3-1 역전승의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히 배천석은 머리로만 2골을 넣었다. 심지어 홍 감독은 경기 후 "오늘 경기는 전체적으로 대학생들 위주로 경기가 됐다는 느낌도 들었다"며 호평했다. 국내-해외파 프로출신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셈.
마찬가지로 K리그-J리그 선수들에게 8월 일본과의 평가전은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조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당장 박주영-지동원-이청용이 모두 빠지는 공격진에선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최근 K리그에서 MVP급 활약을 펼치는 이동국(전북)의 복귀까지도 조심스레 예상할 수 있다. 기성용(수비형 미드필더), 차두리(오른쪽 풀백), 이정수(중앙수비수)의 자리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국내파 선수들에게 올 여름이 더욱 뜨거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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