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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하는 전자담배, 팔짱 낀 보건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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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전자담배를 입에 물고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최소한 진짜 담배보단 덜 해로울 것"이란 생각과 "이렇게 해서라도 끊을 수 있다면"이란 심리가 섞여 10∼20만원 정도의 돈을 선뜻 투자하고 있다.


효과ㆍ안전성 자료 미흡 vs 어쨌든 도움은 된다

전자담배를 대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의견의 근거는 '근거가 없어서'다. 전자담배가 확실한 금연효과를 보장하느냐, 함유된 성분은 인체에 안전하냐 등을 알아보기 위한 '제대로 된' 연구결과가 없다는 것이다.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해야 하는 보건당국 역시 이런 이유로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전자담배가 금연 성공률을 높인다고 식약청이 인정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해석한다. 그러나 식약청이 "금연 성공률을 높이지 않는다"고 인정한 적도 없다.

전자담배에 대한 우호적인 연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보스턴 대학 마이클 시겔 박사팀의 연구가 그런 사례다. 2010년 12월 '공중보건정책 저널(Journal of Public Health Policy)' 온라인판에 실린 설문조사 방식의 연구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시겔 박사는 "전자담배의 발암성은 일반담배의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전자담배를 시장에서 제거하면 많은 사람들이 다시 일반담배로 돌아가게 되고, 여기서 이익을 볼 집단은 담배회사뿐"이라고 주장했다.

유행하는 전자담배, 팔짱 낀 보건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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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를 더 강력히 규제해야 하는 이유

전자담배는 니코틴이 들어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2종류로 구분된다. 니코틴이 있는 전자담배는 '담배'의 한 종류로 분류돼 담배사업법(기획재정부 소관)이 적용된다. 니코틴이 없는 것은 의약외품으로 약사법(식품의약품안전청 소관) 관리대상이다.


니코틴 함유 제품의 공식 명칭은 전자식담배대용품이며, 미함유 제품은 흡연욕구저하제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전자기계'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현실에선 '전자담배'란 말로 통칭되고 있다.


전자담배의 효능과 유해성은 더 많이 연구돼야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문제점도 나름 일리는 있다. 우선 전자담배에 대한 통일된 규제지침이 없다는 문제다. 니코틴 함유량을 어떤 식으로 표준화 할 것인지 조차 기준이 없다.


또 하나는 전자담배가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이와 관련 명승권 박사(국립암센터 암역학연구과)는 "청소년이 흡연을 시작하는 관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집단수준에서 질병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FDA 역시 니코틴이 든 전자담배의 경우 중독의 위험이 있고, 실제 흡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고 경고하고 있다.


명 박사에 따르면 현재 전자담배에 대한 연구논문은 16건에 불과한데 '전자담배가 니코틴 갈망을 줄이지 못하며 잠재적으로 독성이 있다'는 게 대부분의 결론이다. 그는 "일반담배에 비해 해가 적다는 관점에서 담배를 대체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매우 부족해 전자담배회사로부터 독립된 장기간의 연구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전자담배, 이대로 놔둘 것인가


문제는 전자담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보건당국의 어정쩡함이다. 소비자들은 담배를 끊기 위해 전자담배, 니코틴대체제, 전문의약품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가격과 효능, 부작용 위험 등을 비교할 어떤 공식 자료도 없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전자담배 관리가 어려운 이유로 이원화 된 관리체계를 꼽는다. 니코틴이 함유된 것은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데, 말 그대로 또 다른 형태의 '담배'인 만큼 '안전하냐'고 묻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성분 등에 대한 규제도 없다. 시판 중인 전자담배는 80여종에 액상 종류만 130가지가 넘지만, '허가'가 아니라 '등록제'이기 때문에 함유된 개별 성분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당국이 파악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자담배에 함유된 성분은 니코틴 중독위험을 포함해 기본적으로 모두 해로운 것"이라며 "다만 그것이 일반담배보다 덜 해로우냐에 대해선 보건복지부 등에서 앞으로 연구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식약청의 설명도 시원스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흡연욕구저하제가 실제 욕구를 감소시킨다는 간단한 임상시험 결과와 동물에게 주입해 문제가 없다는 독성시험만 통과하면 '의약외품'으로 허가를 내준다.


식약청 관계자는 "10일 이상 사용하지 않고, 비흡연자나 청소년은 사용하지 말라는 용법 및 용량을 지켰을 경우에 한해 식약청은 그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이라며 "이를 넘어서는 장기간 효과 등에 대해선 식약청이 거론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양 쪽 기관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만 되풀이 하는 동안, 전문가들은 누군가 나서 체계적인 검증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은지 금연운동협의회 사무총장은 "전자담배의 유해 성분 조사 및 유해성 검증에 대한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며 "니코틴 함량은 물론 모든 성분의 유해성 검사를 실시해 각 제품 판매사들이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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