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김광현(SK)이 돌아왔다. 투수인생 최대 고비를 넘기며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았다.
김광현은 7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 등판, 6.2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볼넷 6개를 내줬지만 빼어난 경기운영 능력을 뽐내며 35일 만에 승리를 따냈다. 팀은 6-1로 이겼다.
승리는 여느 때보다 값졌다. 팀의 3연패를 끊었다. 에이스 역할을 십분 해낸 셈. SK는 김광현의 맹활약에 힘입어 공동 2위 LG, KIA와의 1경기 승차를 유지, 선두를 수성했다.
5월만 해도 김광현은 ‘위기의 남자’였다.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8.59로 무너졌다. 왼 어깨 통증 호소 끝에 2군행을 통보받기도 했다. 일본 요코하마 미나미 공제병원에서 받은 자기공명영상(MRI) 검진 결과에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LG 2군과의 경기에서도 그는 0.2이닝동안 안타 4개를 맞으며 5실점으로 또 한 번 무너졌다.
긴 슬럼프에서 탈출한 건 자신감 회복 덕이다. 특유 긍정적인 마인드를 되찾았다. 이날 경기에서 그는 자주 미소를 보였다. 제구에 애를 먹어 볼넷을 허용하면서도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낯선 풍경은 아니다. 김광현이 처음 에이스로서의 가능성을 알린 건 고졸 신인이던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다. 시즌 22승을 거둔 ‘철완’ 다니엘 리오스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7.1이닝동안 삼진 9개를 잡아내는 괴력을 선보이며 승리를 챙겼다.
당시 그는 마운드에서 내내 미소를 보여 화제를 모았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김광현은 “마운드에서 편하게 던지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공의 위력은 다소 줄었지만 이날 경기 소감 역시 비슷했다. “마운드에서 편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긍정의 힘이다. 여기에는 116개의 많은 투구 수조차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김광현은 “지난해 양준혁 선배의 은퇴 경기 뒤로 100개 이상을 던진 적이 없었다. 많이 던지면서 좋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게 감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그는 3회 김민우에게 신무기 포크볼을 맞아 솔로 홈런을 내줬다. 선취점을 내주고도 호투는 유지됐다. 아쉬움을 바로 떨쳐낸 까닭이었다. 그는 “포크볼이라는 구종이 하나 더 생겼다”며 “위력적이진 않지만 실망감도 없다”고 했다. 대답 내내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한 야구관계자는 “김광현이 슬럼프를 겪으며 정신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고 평했다. 5월 내내 이어진 슬럼프동안 김광현은 꽤 날카로운 채찍질을 당했다. 김성근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자기가 잘하고 있는 줄 안다. 칭찬 이면의 참뜻을 모른다. 왕자 병, 영웅심에 젖어 있다”고 혹평했다. 류현진(한화), 정우람(SK) 등과 대놓고 비교를 하기도 했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선수라도 위축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김광현은 에이스다웠다. 극한의 위기를 긍정의 힘으로 넘겼다. 전성기 위력을 절반 이상 회복하며 김 감독의 요구에 부응했다. 경기 뒤 그는 “김성근 감독의 말대로 내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경기가) 잘 풀리는 것 같다”며 “1점을 주는 순간 마지막 이닝이라고 생각하고 던졌다”고 했다. SK 에이스의 자신감은 점점 회복되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