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파산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원전 사고로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되면서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정국 불안이 지속되면서 일본 정부의 지원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원전 수습비용 최대 20조엔= 지난 5일 교도통신은 도쿄전력이 원전 사고 관련 비용을 제외하고도 2011년 회계연도(2011년4월~2012년3월)에 5700억엔 가량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공급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화력발전 사용을 늘리면서 8300억엔의 연료비가 추가로 들어가 대규모 손실을 이끌 것이란 설명이다.
원전 사고 관련 비용까지 더하면 2011년도 손실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도쿄전력은 원전 사고와 관련한 정확한 피해보상액을 추산하지 않았으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도쿄전력이 최대 11조엔 규모의 손해보상금 요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원자로 폐로와 피난민 지원 등을 비롯한 원전 사고 수습에 들어가는 비용이 최대 20조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도쿄전력은 2010년 회계연도에 1조2470억엔의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원전 사고에 따른 특별손실이 1조77억엔이다.
전력공급량 감소에 따른 손실도 예상된다. 도쿄전력은 전력생산량 감소로 전력 판매량이 지난해의 2650억kwh에서 1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996년 회계연도 이래 최저 수준이다.
◆도쿄전력, 제2의 일본항공 되나= 도쿄전력의 파산 우려가 증폭되면서 결국 일본항공(JAL)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도쿄증권거래소의 사이토 아쓰시 사장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도쿄전력이 JAL과 비슷한 식의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며 도쿄전력의 법정관리(파산보호)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도쿄전력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상장폐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자금난에 지난해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JAL은 지난해 2월 상장폐지 됐다.
도쿄전력의 2011년 회계연도 손실 전망과 상장폐지 우려에 6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도쿄전력 주가는 장중 28% 폭락했다. 대지진 발생 전 2100엔 이상이던 도쿄전력 주가는 210엔 수준으로 떨어졌다.
MF글로벌증권의 벤 웨드모어 수석 애널리스트는 “도쿄증권거래소 사장이 도쿄전력이 JAL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것은 시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피해보상금을 지원할 기구를 신설해 도쿄전력을 지원키로 했지만, 정국 불안으로 이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불신임투표에서 살아났지만 퇴진 시기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정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도쿄전력의 재무상황 악화를 우려하며 지난달 30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도쿄전력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에 해당하는 'B+'로 강등했고, 이에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은 900bp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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