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대한통운 인수ㆍ합병(M&A)을 둘러싼 '헐값 매각' 논란이 수면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한통운의 자회사 3곳(금호터미널, 아스항공, 아시아나공항개발)에 대한 공정 가치 산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분리 매각에 반기를 든 롯데그룹과 대한통운의 소액주주 및 노동조합이 헐값 매각 이슈를 공론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M&A 업계에 따르면 대한통운 매각 주간사(산업은행) 및 대한통운 대주주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내달 초 금호터미널 등 대한통운 자회사 3곳에 대한 적정 가치 평가를 마칠 계획이다.
대한통운은 즉각 이사회를 열어 분리 매각 안건을 최종 결론짓고 대주주인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자회사 3곳을 따로 팔 예정이다. 이사회를 통과한다면 이후 대한통운 M&A는 본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일정대로 진행된다.
현 시점에서는 다음 달 본입찰을 거쳐 7월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이르면 8월 말, 늦어도 9월 초까지 인수 대금 입금을 포함한 모든 절차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고위 임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대한통운 M&A에서 제외되는 각 3사의 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지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를 감안하더라도 대한통운 매각은 최종 대금 납입까지 9월이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에서 대한통운이 제 값에 팔리지 못 하는 게 아니냐는, 이른바 헐값 매각 논란이 재점화될 경우 인수전은 또 다른 암초를 만나게 된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대한통운 자회사 3곳을 3000억원 안팎에 되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해 관계자들의 눈초리가 매서운 상황이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롯데그룹이 당시 금호터미널 한 곳에 대해 부동산 가치를 반영, 4000억~5000억원 정도를 써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자회사의 가치만 놓고도 2000억원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대한통운의 한 소액주주는 "대한통운 M&A를 주도하는 세력을 둘러싸고 많은 의구심이 있지만 그보다 기업의 본질 가치가 훼손돼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깊다"고 강조했다.
재계에서 'M&A 큰손'으로 통하는 롯데그룹이 물밑에서 헐값 매각 논란을 부각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번 M&A에 정통한 익명의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현재 회계사와 법조인, 투자은행(IB) 등 외부 자문 인력을 모두 대한통운 M&A 관련 태스크포스(TF) 팀에서 철수시킨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본입찰에 불참하겠다는 뜻은 아직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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