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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영토를 넓히자] 창의성교육의 시작과 끝은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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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영토를 넓히자] 창의성교육의 시작과 끝은 학교다 임웅 교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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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창의성(creativity)는 미친 생각이 아니다. 룰을 알되 그 룰에 갇히지 않는 통찰력이다' 지난 21일, 서울대에서 열린 임 웅 교수의 특강은 한 줄의 광고 문구로 시작했다. 한국컨설팅연구회 주최로 열린 이 날 강의에는 진동섭 前 청와대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을 비롯한 100여명의 현직 교사와 교수들이 참석해 '창의성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아이들의 잠재적인 창의성을 어떻게 키울까?'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해 임 교수는 '창의성 교육의 시작과 끝은 학원이 아닌 학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왜 학교가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우는데 가장 적합한 공간인가? 그 질문에 앞서 '창의성에 반드시 필요한 게 무엇인가'부터 알아보자.

창의적인 사람들은 모두 10년간 노력한 '전문가'

1950년도부터 '창의성'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밝혀진 창의적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높은 지능도, 괴팍한 성격도, 다양한 생각도 아니었다. 자기분야에 10년 이상 종사한 사람들, 즉 '전문가'들이라는 한 가지 공통점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를 '10년의 법칙'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답을 알아야만 창의성이라는 비밀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10년의 법칙'에 예외가 있을까? 타고난 천재의 전형인 모차르트 역시 '10년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신동이라는 찬사로 무장한 모차르트의 초기 피아노 협주곡들은 이전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재배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진정한 걸작인 피아노 협주곡 9번은 그의 나이 21살에 비로소 만들어졌으며, 이는 피아노를 배운지 16년 만에 그리고 처음으로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한지 10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단 한명의 예외도 없이 10년 동안 연구하고, 공부하고, 연습해서 전문가가 되었다. 결국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재밌어서 10년 동안 가지고 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교육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10년이 즐거운 교육'은 학교에서만 가능하다

'멘델의 유전법칙'을 학원에서는 어떻게 가르칠까? '우성과 열성의 비율은 3:1, 중간유전의 경우 1:2:1'과 같은 식으로 정답만을 가르친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완두콩을 심는 것부터 시작한다. '멘델의 유전법칙'을 가르치기 위해 완두콩을 심어볼 수 있는 곳이 학교다. 학원에서는 가르치는 데 1시간도 걸리지 않기 때문에 효율성만 따지면 학원 쪽이 높다.

1시간이면 정답을 맞히도록 배우는데 학교에서는 왜 완두콩을 심고 있을까? 아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최소한 10년 동안 계속 지식을 쌓아야하는데 그 과정에서 흥미를 잃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실제로 완두콩을 심어보고,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것도 관찰하며 호기심을 가지고,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가르치는 곳이 바로 학교다. '창의성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학원이 절대 학교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지식'을 쌓아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리가 좋지 않으면 포기해야 된다고 오해한다. 물론 지능이 높으면 지식을 얻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세상은 공평하다. 지능이 좋은 학생들이 10년 동안 꾸준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머리는 별로 안 좋아도 10년 동안 꾸준하게 하면 전문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그 잠재력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지식'과 '고착'사이

그런데 지식이 많으면 곧바로 창의적이 되는 걸까? 안타깝게도 지식은 생각과 행동을 이미 학습된 하나의 방향으로 유도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고착'이라고 한다.


DNA의 구조를 발견한 왓슨과 클릭은 프랭클린 교수가 DNA의 구조를 X선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고선 '나선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 이들이 X선의 회절기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근데 이들만 나선형이라고 생각한 게 아니었다. 회절기법을 알았던 폴링 팀 역시 나선이라고 생각했다.


폴링은 양자역학을 화학결합과 관련지어 분자구조에 관한 연구에 적용해 5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학자다. 그런데 그는 DNA구조가 끝까지 3중 나선이라고 믿었다. 그 동안의 연구를 통해 생긴 '고착'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왓슨과 클릭 팀은 고착에서 벗어나는 데 선수였다.


창의성 교육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왓슨과 클릭처럼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창의성인 빅C (Big C)다. 그런데 빅C는 리틀C (Little C)에서 나온다. 고착에서 벗어나는 '매일의 창의성(everyday creativity)'인 리틀C는 빅 C와 똑같은 과정을 통해 나온다. 중요한 점은 리틀C에 전문지식이 붙어야 빅 C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흥미를 만들어주는 교육을 학교가 맡아야 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아이들이 매일 리틀C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습관을 제대로 기르지 못하면 안 된다. 사회에서는 천천히 가도록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전문성을 쌓아가는 10년이 즐거울 수 있도록,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배움과 동시에 고착을 벗어날 수 있도록 자극해야 한다. 이렇게 10년, 20년이 흘러야 나타나는 게 바로 위대한 창의성이다.



'지식'을 쌓으며 '고착'에서 벗어나는 교육은 가능할까?


창의성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지식'이지만, 지식이 많은 아이가 창의적인 생각을 잘못하는 이유가 바로 '고착'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식을 쌓으면서 동시에 고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학교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창의영토를 넓히자] 창의성교육의 시작과 끝은 학교다 <그림1>


작은 예를 하나 살펴보자. <그림1>과 같이 1부터 30까지 쭉 이으면 동물의 얼굴이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 수의 순서를 익히기 위해 만들어진 문제다. 선을 이으면 그림이 되기 때문에 아이들은 문제를 풀면서 즐거워한다.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이 문제를 가지고 실험한 결과가 흥미롭다. '일반적 수업반'에서는 직선으로 잇는 시범을 보여주고, '창의적 수업반'에서는 곡선으로 연결하는 시범을 보여줬다.

[창의영토를 넓히자] 창의성교육의 시작과 끝은 학교다 <그림2>

[창의영토를 넓히자] 창의성교육의 시작과 끝은 학교다 <그림3>


이후 아이들에게 똑같은 문제를 주고 풀어보게 하면 '일반적 수업반' 아이들은 <그림2>처럼 100% 직선으로 점들을 연결해서 모두 똑같은 동물의 얼굴이 나타나는데, '창의적 수업반'에서는 <그림3>과 같이 자유롭게 선을 이어서 똑같은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었다. 이런 사소한 예에서도 '선은 반드시 직선으로 그려야 한다'는 고착에서 벗어나는 교육이 가능하다.




이상미 기자 ysm125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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