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상욱 기자] 6선 정치 달인 박희태 국회의장이 서울 G20국회의장회의를 계기로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여 주목된다. 박 의장은 일시적으로 단 한 차례 개최됐던 국회의장회의를 정례화시키기 위해 각국 의회에 제안, 서울 회의를 주도적으로 성사시키는 숨은 실력을 발휘했다. 박의장은 주요국의 입법부 수장들이 참석한 이번 서울 회의를 계기로 '한류 폭풍'을 일으키겠다며 '한류 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서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서울 국회의장회의는 사실 박 의장의 전격적인 제안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9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처음 열렸던 의장회의는 원래 정기적인 행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박 의장은 각국 의장들에게 차기 회의의 서울 개최와 함께 이 회의를 정례화를 제안해 만장일치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당시 23개국이 참가했던 의장회의는 올해 더 확대돼 26개국의 국회의장과 부의장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세계 질서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회원국을 포함, G20 회원국이 모두 참석했고 스페인, 싱가포르 등 비회원국도 초청돼 양적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회의 슬로건도 '안전한 세계, 더 나은 미래'로 선정, 반(反)테러에 대한 경각심과 국제공조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내면서 이슈를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박 의장은 복잡한 정치상황 속에서도 야당의 회의 참여를 독려, 여야 정치권이 총망라된 대표단을 꾸리기도 했다.
박 희장은 '한국' 브랜드 알리기에도 깊은 열정을 쏟아부었다. 국회 전통한옥 '사랑재' 준공을 통해 국회에서부터 우리 전통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일에도 앞장섰다. 19일 공식 오찬도 아예 여기서 치러 각국 국회의장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입법부 수장들의 배우자들을 상대로 한옥마을-삼청각-리움미술관-국회의장 공관 등으로 이어지는 투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등 부인들에 대해서도 세심한 배려를 했다는 평가다.
박 의장은 이번 의장회의 공식 환영만찬에서 "예로부터 우리는 손님을 지극히 대접하는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렸다"며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의 전통문화와 한류를 접하고 한국을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회의 폐막일인 20일 박 의장과 각국 의회 정상들은 가칭 '서울공동선언문' 발표를 통해 의회간 국제 공조의 틀을 마련하는 성과도 거뒀다. 공동선언문에는 반테러 등 지구촌 안전을 위한 국제 공조 방안과 의회의 역할에 대한 합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아울러 개발도상국 발전전략 등도 의회 차원의 상호협력 방안에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의장은 "지금 인류는 원전 사고와 글로벌 자연재해, 빈곤과 테러 등 지구촌 전체를 위협하는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러한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신흥국과 선진국을 대표하는 G20 국가들의 정부와 의회가 백짓장도 맞드는 심정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며 의회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황상욱 기자 o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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