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섬유회사들이 20여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일신방직, 동일방직, 전방 등 전통의 면방 회사들은 물론 효성, 코오롱 웅진케미칼 등 화섬 회사들까지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라는 적자생존의 현실을 뚫고 살아남은 회사들이 섬유업황 호조 속에서 달콤한 과실을 맛보고 있다는 평가다.
20일 섬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방 1위 기업인 일신방직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745억원과 524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증가하며 올해 최대 실적 경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다른 전통의 면방기업들 역시 좋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기준으로 동일방직은 각각 2444억원, 163억원을 기록했고 전방은 3005억원, 200억원, 경방은 2723억원, 417억원을 기록했다.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들이 이렇게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섬유산업이 경쟁력이 악화되며 침체를 겪는 기간 동안에도 설비투자를 강화하고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섬유회사들은 좋지 못한 외부 여건 속에서도 기술 및 상품개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 유행을 선도할 수 있었다.
여기에 중국 및 동남아시아 국가의 노동자 임금이 오르고 국제 면화가격이 상승하면서 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올라간 것도 좋은 기회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통적인 섬유산업인 면방이 살아나자 화학섬유회사들 역시 호조다. 수요가 많은 면사의 대체제로서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비롯한 화섬사들이 각광받고 있어서다.
과거 중국산을 수입해 옷을 만들던 국내 의류회사들은 최근 코오롱, 효성, 웅진케미칼, 영도벨벳 등 국내 화섬회사들의 원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주문량이 늘고 공장가동률도 올라갔다. 중국의 임금인상과 국제 면화가격 상승 등으로 수입 원사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 원사의 경쟁력이 크게 상승했다.
국내 화학섬유 1위 회사인 효성의 지난 1분기 섬유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270억원과 66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효성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폴리에스터 원사 수요가 급증해 공장이 100% 풀가동되고 있는 등 섬유 업황 호조의 영향을 받아 실적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웅진케미칼 역시 섬유부문 호황에 힘입어 매출액 2714억원, 영업이익 150억원 규모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6%, 64.3% 급증한 수치다.
섬유기업들의 실적이 이렇게 좋아지자 섬유산업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섬유는 한때 우리나라 수출의 40%를 책임지는 효자산업이었지만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등장하면서 오랜기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했다.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95년 우리나라의 섬유사업체는 1만8396개였지만 2009년에는 5923개로 줄었다. 15년여 사이에 70%의 사업체가 문을 닫았다. 같은 기간 국내 고용인원도 49만여명에서 17만여명으로 줄었다.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응하지 못한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경쟁력 상승과 국내외 환경 변화로 인해 향후 전망이 밝다는 의견이 많다. 섬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경 악화로 수많은 방직업체들이 문을 닫을때 오히려 설비투자를 강화하고 기술개발을 소홀히 하지 않은 회사들은 살아남아 큰 이득을 보고 있다"며 "향후 유럽, 미국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본격적으로 발효된다면 무관세 혜택 등에 힘입어 한국의 섬유산업은 또다시 큰 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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