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한미약품의 고혈압 복합제 개량신약 '아모잘탄'이 세계적 제약사 머크(Merck)호(號)를 타고 전 세계 30개국을 누비게 됐다. 증권가는 이번 2차 계약 규모를 20억 달러(약 2조1780억원)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복합 고혈압약 '아모잘탄'의 수출국을 확대하는 내용의 2차 계약을 머크와 체결, 전 세계 30개국으로 진출하게 됐다고 19일 밝혔다.
아모잘탄은 한미약품이 CCB(칼슘채널차단제)계열의 고혈압약 '아모디핀'(캄실산 암로디핀)과 ARB(안지오텐신2수용체차단제)계열의 '오잘탄'(로살탄 칼륨)을 복합해 만든 개량신약으로, 2009년 175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발매 2년 만에 연매출 500억원을 달성(올해 추정치 577억원)하며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이미 머크의 한국법인인 한국MSD는 2009년부터 아모잘탄을 '코자XQ'라는 상품명으로 국내에 팔고 있다.
지난 2009년 한미약품은 베트남,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ㆍ태평양지역 6개국에서 아모잘탄을 10년간 판매키로 하는 내용의 해외 판권계약을 머크와 체결했다. 한미약품이 완제품을 생산, 공급하고 머크가 이들 국가에서 '코자XQ'라는 이름으로 허가등록과 영업, 마케팅을 책임지는 내용이었다.
이번 계약은 1차 계약 때 보다 판매국을 5배나 늘려 수출길을 확연히 넓혔다.
회사 측은 상세한 계약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증권가에 따르면 추가 공급키로 한 국가에는 중국과 북미, 유럽지역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1차 계약에서 10년간 공급키로 한 아모잘탄의 규모가 5억 달러(약 5445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2차 계약의 규모는 이보다 4배, 즉 20억 달러(약 2조178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올해 말부터 아시아 6개국에 대한 수출이 예상되며, 2013년부터는 선진 제약시장을 포함한 30개국에 대한 순차적인 추가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2016년에는 연간 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략은 국내 제약사에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계약 내용을 들여다보면 신약을 개발한 후 이에 대한 해외 판권을 넘기고 다국적 제약사가 올린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 식인데,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 모델로 여겨진다. 특히 이번 계약은 다국적 제약사가 국내 제약사의 완제 의약품을 가져다 파는 첫 사례이자 그 규모가 2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될 정도로 대규모다.
국내 제약사가 해외 시장에서 직접 마케팅을 하기 어려운 제반 여건에서 한미약품으로선 다국적 제약사의 판매망을 통해 자사 제품을 세계무대에 진출시키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오리지널 신약을 개발해 전 세계 시장에 내놓았던 다국적 제약사가 국산 신약을 유통망을 통해 해외에 가져다 파는, 기존의 '갑-을 관계'가 처음으로 뒤바뀐 것이어서 1차 계약 당시에도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또한 아직 원료의약품이 수출 대부분을 이루는 국내 제약업을 고려할 때 선진 제약시장에 완제의약품 수출 가능성을 입증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대로 아모잘탄이 30개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국내 제약사의 제품 개발력과 품질 등 신약 연구개발(R&D)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글로벌 판매망을 갖춘 머크와의 계약으로 아모잘탄의 해외 진출을 한층 더 빠르고 폭넓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아모잘탄 수출 지역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 협의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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