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생충 발생률 4%대
-무작정 복용 필요없지만 애완견 키울땐 개회충약을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까마득해 보이지만 20년 전만 해도 학교에서 '채변봉투'라는 것을 주고 일 년에 두번씩 정기적으로 대변을 받아오게 하는 대변검사를 실시했었다. 소화기관이나 간, 췌장 등에 기생하고 있는 기생충들이 충란, 유충 등을 산출해 대변과 같이 체외로 내보내기 때문에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 등의 기생충 검사를 대변을 통해 했다. 검사 결과에 따라 학생들은 단체로 구충제를 '배분'받아 먹어야만 했다. 약국에서도 '온 가족이 일 년에 한 번' 이라는 안내문을 붙여놓고 구충제 복용을 권했다.
이런 풍경은 어느덧 '추억'이 되었지만 여전이 이 '믿음'을 굳건히 지키는 사람이 많다. 일 년에 한번 회충약 복용, 꼭 필요한 것일까?
◇구충제, 뭐가 있나=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구충제로는 '알벤다졸'(400mg)제제와 '플루벤다졸'(500mg)제제가 있다. 지난 2007년 기준 20개 제약회사에서 30개 품목을 생산했는데, 생산금액이 129억2981만원에 이른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대웅제약의 알벤다졸정과 종근당의 젤콤정(플루벤다졸), 젤콤 현탁액으로 손꼽히는데, 이들 제품은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 편충 등의 광범위한 기생충에 효과가 있는 '종합구충제'라고 불린다.
과거에 사용되던 구충제는 기생충을 자극해 아래쪽으로 이동시켜 분변과 함께 배출시켰다. 박멸률이 낮고 많은 양의 약을 먹어야 했다.
근래에는 알벤다졸이나 플루벤다졸 등의 제제가 많이 사용되는데, 기생충의 기관에 변형을 일으켜 글루코오스(포도당) 대사를 막고 기생충을 아사시킨다. 먹고 사는데 영양분인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하게 만들어 한 마디로 '굶겨 죽이는 방식'인 셈이다. 때문에 위액이나 소화액에 대한 점막 또는 보호막을 만들지 못하는 기생충은 소화액에 녹아 대변에서 이들의 형체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기생충 감염률 4%대= 기생충의 종류는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요충과 회충, 편충, 십이지장충 등이 있다. 이들 기생충에 감염되면 대부분 식욕부진, 설사, 빈혈, 구역질 등을 유발한다. 이중 십이지장충과 회충은 폐에 침입하면 출혈 또는 폐렴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국건강관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60년대 초 80% 이상의 높은 기생충 감염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기생충질환예방법에 의한 적극적인 기생충 퇴치사업으로 1차 실태조사(1971년)때 84.3%던 감염률은 2차(1976년) 63.2%, 3차(1981년) 41.1%, 4차(1986년) 12.9%, 5차(1992년) 3.8%, 6차(1997년) 2.4%로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나 국가통계가 마지막으로 실시된 7차(2004년)에는 4.3%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 2004년도 통계를 보면 요충(0.62%)이나 편충(0.27%), 회충(0.05%)보다 간흡충의 감염률(2.94%)이 상당히 높다. 1997년 1.4%였던 간흡충 감염은 5년 뒤 조사에서 1.54%p 늘었다.
간흡충(간디스토마)은 민물고기를 날 것으로 먹을 때 자주 발생하는데, 황달, 복통 등 간질환 증세를 보이다 심하면 담석, 간경변 같은 합병증을 일으킨다. 특히 일반 구충제로는 절대 죽지 않아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전문의 "애완견 기를 경우 복용하는 게 좋아"=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예전에 89~90%의 사람이 회충이나 요충, 십이지장충을 가지고 있었다면 요즘은 1%도 안 된다"면서 "과거에 비해 기생충 감염자체가 줄었고 구충제를 먹으면 기생충이 바로 죽기 때문에 무작정 약을 복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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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특히 "최근의 생활환경에서는 애완견으로 인해 생기는 개회충이 있어 구충제를 먹는 것이 좋다"며 "일반적인 구충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개회충 약을 따로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첫째도, 둘째도 '청결'이다. 기생충은 주로 입을 통해 침입하므로 채소나 과일은 흐르는 물에 3회 이상 깨끗이 씻은 후 먹고 고기는 완전히 익혀 먹어야 한다.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특히 어린이는 유치원 등 단체생활을 통해 요충이 집단 발생하므로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는 손을 꼭 씻는 습관을 들여 준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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