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미국 정부부채가 법정 최대 한도까지 늘어났다. 미 재무부는 의회에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에 대한 위험성이 커졌다면서 정부부채 한도의 상향을 거듭 요구하고 있지만 공화당의 예산삭감 요구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지난주 발행한 72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이 계상되면서 16일부로 14조2900억 달러까지 늘어 법정한도 14조3000억 달러에 도달했다. 원칙적으로 미 정부가 더 이상 자금을 차입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 경우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갚지 못하게 되어 미국 정부가 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 있으며 미 국채를 매입한 투자자들의 투매 사태로 국채가격이 폭락해 또다른 금융위기를 부를 수 있다. 현 시점에서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미국 정부에 대한 국제시장의 신뢰도를 지키고 국가적 경제대란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 연방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면서 의회가 가능한 한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재무부는 이미 비유통 국채 및 지방채(SLGS) 발행을 중단했으며 16일부터 연방공무원 퇴직연금과 장애연금에 대한 투자를 8월2일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사회보장보험 등에 대한 지원을 중지해 지출을 일단 줄이고 이를 통해 1470억 달러 정도의 여유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재무부의 설명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12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채무한도 상향조정 합의가 지연될 겨우 차입금리 상승으로 재정적자가 악화되면서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의회에서 당장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채한도의 상향이 필요하다는 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동의하고 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 일부는 부채한도 증액이 추가 예산 삭감과 연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상원을 통과한 2011년 예산안은 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재정지출 삭감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의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16일 “부채한도 상향조정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정부가 획기적인 지출 삭감을 단행하는 등 예산 개혁에 나서는 것이 수반되어야 한다”면서 “삭감 규모는 부채한도 상향 규모보다도 커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양쪽이 극적으로 합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공화당의 요구대로라면 교육예산과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보장프로그램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등의 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하며 이는 선거를 앞둔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당장 부채한도 상향조정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정부가 1000억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비롯해 보유중인 금·석유와 국유자산을 매각함으로써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금융시장은 동요하지 않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13일에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여전히 수요는 높았다.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 4월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3%로 2010년 2월 이후 가장 크게 오르는 등 인플레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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