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이제 16살밖에 안 된 청소년기를 겪고 있는 코스닥시장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많지만 성장통을 겪고 있는 코스닥시장에도 분명 제2의 전성기가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난 2월 코스닥협회 7대 회장 취임 이후 3개월을 넘긴 노학영 코스닥협회장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코스닥시장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취임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준법지원인 제도 문제, 코스닥시장의 소속부제 도입 등 굵직한 사안들로 정신없이 바빴던 노 회장을 만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코스닥시장의 장래에 대해 들어봤다. 코스닥협회뿐 아니라 코스닥 상장법인인 리노스를 이끌고 있는 노 회장은 성장통을 겪고 있는 코스닥시장에 더 깊은 애정을 베풀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당부에 그치지 않고 실천에도 나서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성장통을 무사히 이겨내고 자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 중이다.
노 회장은 취임 시 비전으로 '점프 업 코스닥'을 제시하고 "기업들이 이 같은 성장통을 견뎌낼 수 있도록 기술 지원, 해외진출 적극 추진, 맞춤형 교육 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대담=김헌수 국장대우 겸 증권부장>
-석 달이 길지는 않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코스닥협회장이 되고 나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질문이 상장폐지 관련 내용이다. 상장폐지실질심사 제도의 활성화로 일년에 50~70개의 기업이 퇴출되고는 하는데 이런 기업들에 대한 얘기가 언론보도를 통해 너무 확대되는 것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준법지원인 제도에 대한 회원사들의 여론을 정부 측에 전달하는 데 주력한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준법지원인 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 계획인지.
▲상법 개정안에 포함돼 국회에서 통과됐고 국무회의 의결도 나 시행이 기정사실화돼 있다. 협회 차원에서는 이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위주의 코스닥기업에 대한 여론 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많은 코스닥 상장기업이 어려움을 겪는다. 코스닥 상장기업은 중소기업이 70%다. 지금도 상장유지 비용이 너무 많다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기업인이 많다. 내부회계 기준, 국제회계 기준, 상근감사 등 모두가 비용이다. 중소기업은 한정된 이익에서 이런 부분에 자금을 많이 쓰게 되면 경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준법지원'이라는 용어 자체에 기업을 불법집단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배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향후 회원사들과 힘을 모아 법률이 개정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일부 회사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코스닥에 대한 이미지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는데.
▲상장폐지돼 퇴출당한 기업을 살펴보면 가장 큰 이유가 성장의 한계 때문이다. 코스닥에는 기술의존 기업이 많은데 시장환경이 갑자기 변하면서 도태되곤 한다. 신성장동력 육성 등을 위해 문턱을 낮춰 시장에 들어오는 기업이 당시에는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더라도 상장 후 시간이 지나면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데 그걸 못 찾고 헤매게 되고, 기업 사냥꾼들이 그 틈을 악용하게 되는 것이다. 코스닥협회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기로에 서 있는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코스닥 기업과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일은.
▲다양한 교육과 협력체계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경영진의 성공관에 대한 인식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 기업을 사회적 책임을 지는 주체로 보지 않고 머니게임을 위한 대상으로 보는 경우가 그 예다. 그런 최고경영자(CEO)의 성공관을 바로잡아주는 인문학적 사고와 철학이 가미된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코트라(KOTRA), 한국수출입은행과 협력해 자금 지원 등을 연결해주는 일도 하고 있다.
예비 코스닥 기업들과 성공적인 코스닥 CEO를 연결해 회사관리 노하우 등을 전수해주는 프로그램을 검토 중이다. 협회장에 취임한 지 얼마 안 돼 예비 코스닥 기업의 CEO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리노스를 경영하며 느낀 것과 경험한 것을 그대로 얘기했더니 시간을 늘려야 했을 정도로 진지하게 진행됐다. 그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상생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코스피 기업과 코스닥 기업의 동반성장 등에 대한 목소리가 코스닥에서는 적은 듯하다.
▲코스닥협회 회원사들은 회사 규모, 거래관계, 업종 등이 워낙 다양해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코스피 상장회사보다 더 큰 회원사도 있고 대기업 협력사도 많아 지원과 수혜의 관계가 한 방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동반성장 차원에서 대기업과의 관계가 수직계열화된 것보다는 수평계열화된 협력업체가 탄탄한 기업이 되고 나아가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납품단가는 물론 비즈니스 이외의 부분에서까지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것이 현실이므로 수직계열화의 단점이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애로가 있다면.
▲일반적으로 겪는 애로 이외에 정책적 측면의 문제 하나를 짚고 싶다. 한 품목에만 집중해 어렵게 사업을 키웠는데 종업원 수가 늘어나자 중소기업 육성법상 중소기업의 범위를 넘어갔다는 이유로 입찰 등에서 제약을 받게 된다. 회사를 성장시키면 페널티가 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회원사 중에 이 같은 기업이 꽤 있다. 과거부터 꾸준히 사업을 영위한 기업에 대해서는 그 같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예외조항을 넣어줄 것을 최근 법무부에 요청했다. 중소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중소기업 위주로 정책을 펴게 되면 실력 있는 기업이 글로벌 컴퍼니로 성장할 수 없다.
-재임 중 한 단계 높아질 코스닥협회의 위상이 기대된다.
▲기업하는 사람이 협회를 맡다 보니 그동안 협회가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데 점잖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원사들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왜 대응이 늦느냐는 질책도 받았다.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회원사의 60%에 가까운 기업이 수출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국제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코스닥 기업들에 불합리한 법령 제정 등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다.
대담·김헌수 국장대우 겸 증권부장
정리·송화정 기자 yeekin77@
사진·이재문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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