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자문형랩 '産痛'

금융위 "온라인 펀드와 뭐가 다르나"

[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 정재우 기자]증권사들이 자문형 랩 시장 확대 방안으로 온라인자문형 랩을 계획하고 있지만 금융당국과의 시각차가 뚜렷해 진통이 예상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 삼성증권은 온라인 자문형 랩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키움증권은 강점이 있는 온라인 시장을 선점해 온라인 자산관리 시장을 향후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삼성증권은 일임자문형 시장에서 확보한 지위를 온라인을 통해 더욱 공고히 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 주요 증권사 역시 온라인 랩의 허가가 난다면 후속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중석 삼성증권 홍보팀장은 "온라인에 익숙해진 고객들 중 좀 더 간편하고 간소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온라인 투자 일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시 성사의 관건은 가입자와 어떤 형식으로 투자 자문 의견을 주고받을 것인가에 달려있다. 자문형 랩은 펀드와는 달리 상품이 아니라 계약을 통해 제공되는 일종의 투자일임 서비스다. 때문에 고객과의 의사소통이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다. 최근 당국의 자문형 랩에 대한 시각 역시 1대 1 맞춤 서비스를 강화해 펀드와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데 맞춰져 있다.

문제는 이 부분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은 현재 나온 방안들은 투자일임 서비스라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키움증권이 출시하려는 온라인 자문형 랩은 고객과의 소통 구조가 온라인 펀드 상품과 차이가 없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검토 중인 단계로 어느 한 쪽으로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와 의견을 주고받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의견이 갈리는 양상이다. 온라인 자문형 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를 이뤘지만 상품 특성상 온라인 체제로 가기에는 곤란한 요소도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A증권사 고객자산운용 부장은 "온라인이 비대면이긴 하지만 자문형 랩의 개별적인 요건에 어긋나지는 않는다"며 "글이나 녹취 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불완전판매 방지나 맞춤성 요건을 더 잘 적용할 수 있고 온라인의 간편성 때문에 상품의 선호도는 더 높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B증권사 랩운용부 차장은 "상품 출시를 검토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대형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고 맞춤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과 양립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랩은 투자자의 성향을 반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 증권사들의 경쟁으로 1% 이하까지 떨어진 수수료도 온라인 자문형랩 서비스가 해결해야할 숙제다. 온라인이라는 특성상 고객들은 더 낮은 수수료를 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00만원까지 줄어든 최소 가입자금의 규모가 더 낮아질 수 있을지의 여부도 관심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는 현 수준에서 더 낮춘다면 기존 랩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고 자문사 입장에서 합류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며 "최소 가입 금액도 더 낮아지면 상품 자체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에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