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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완 “<헤드윅>을 한다고 팬들이 떨어져나갈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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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완 “<헤드윅>을 한다고 팬들이 떨어져나갈 것 같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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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김동완스럽지 않으면서도 가장 김동완다운 선택, 5월 14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헤드윅>과 그의 만남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존 카메론 미첼의 영화를 바탕으로 한 전설적인 뮤지컬,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록 가수 헤드윅의 음악과 삶을 담은 <헤드윅>과 우리가 알고 있는 김동완 사이의 접점을 상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98년 데뷔한, 그리고 여전히 건재한 ‘1세대 아이돌’ 신화의 멤버인 동시에 화려한 무대 밖에서는 건실한 청년 역이 몸에 맞춘 듯 잘 어울렸던 연기자 김동완이 이 낯설고도 매혹적인 인물의 모노드라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아직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평가받는 게 두려웠던 적은 없다”고 잘라 말하는, <헤드윅>에 대해 “위험한 선택이라는 생각은 요만큼도 해본 적 없다”는 그의 새로운 도전은 뻔하지 않아 더 흥미롭다. 멈추지 않는 서른 셋, 김동완을 만났다.

<#10LOGO#> 군 복무 후 첫 복귀작은 ‘당연히’ 드라마나 영화일 줄 알았다.
김동완 :
드라마나 영화를 하려고 했는데 작품이 좋으면 역할이 나와 맞지 않았고, 역할이 맞으면 작품이 맞지 않았다. 예전에는 이것저것 생각 많이 안 하고 ‘들어오면 해야지’ 했지만 선택할 땐 겸손이 필요 없더라. 선택은 냉정하고 이기적으로 하되, 선택하고 나면 그 때부터는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해야 하는 거지만 선택을 겸손하게 해 버리면 일할 때 내가 이상해질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10LOGO#> 전에는 그런 생각을 안 하는 편이었나?
김동완 :
안 했다. 운명론자였기 때문에 그냥 내 앞에 온 걸 하는 편이었고 대부분 그게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사실 가수는 회사 안에서 만들어 내놓는 가내수공업에 가까우니까 괜찮았는데 연기자는 그게 아니더라. 시나리오 검토해주는 매니저가 중요하고 제작자가 중요하고, 주위 사람들의 조언도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헤드윅>이 상업적으로 흘러간다는 얘기는 기분 좋았다”


김동완 “<헤드윅>을 한다고 팬들이 떨어져나갈 것 같진 않다”


<#10LOGO#> 그렇다면 왜 <헤드윅>이었나?
김동완 :
일단 이런 대작에 섭외될 기회가 흔치 않다. 여기서 대작이란 건 스케일이 크다는 게 아니라 뮤지컬계에서 <헤드윅>이 손에 꼽히는 작품이란 의미다. 그리고 헤드윅이 굉장히 난이도가 있는 캐릭터라는 점도 좋았다. 안철수 씨가 말씀하시길,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알고 싶으면 일부러 관련 인터뷰를 잡고 한달 정도의 기한 동안 거기에 대해 공부한다고 하시던데 나 역시 <헤드윅>이 많은 걸 공부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물론 절대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공연에 임하지는 않겠지만. (웃음)


<#10LOGO#> 사실 캐스팅 발표 후 ‘신화의 김동완이 <헤드윅>에 출연한다’는 데 대한 반응은 ‘놀랍다, 의외다’가 많았다. 어떻게 느꼈나.
김동완 :
‘안 어울린다’,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헤드윅>이 상업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등. 일단, 상업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얘기는 기분 좋았다. 예전 솔로 활동할 때 누가 나에 대해 “요즘엔 다 얼굴로만 가수하는 것 같다. 어떻게 저런 애가 가수를 하냐”는 악플을 달았을 때 기분 좋았던 것처럼. (웃음) 그리고 안 어울린다는 말도 좋았다. 사실 난 누가 “넌 못할 거야”라고 말하지 않으면 뭘 열심히 안 하는 편이다. <헤드윅>의 이지나 연출가님도 “네 노래는 잘 하는 것도 못 하는 것도 아니야”라고 하시던데 정말 공감했다. 나는 그동안 잘 하는 것도, 못 하는 것도 아닌 연예인으로 오래 살아왔지만 내게 어울리지 않는 무대를 완성해 나가다 보면 좀 더 잘 하는 쪽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0LOGO#> 하지만 배우로서의 김동완에 대해 사람들이 그동안 기대했던 바, 혹은 쌓아온 신뢰가 이 고난도의 과제로 인해 무너질 수도 있다.
김동완 :
그게 걱정이면 연기하지 말아야지. 평가받는 게 두려웠던 적은 없다. <헤드윅>에 대해 뮤지컬계의 철인 3종 경기라는 얘기를 하더라. 여장을 하고, 편견 속에 싸인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고, 모노드라마라는 면에서. 그러니까 나는 얻을 건 많아도 잃을 건 없다. 폐활량을 늘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헤드윅>으로 이미지가 망가질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캐릭터에 편견을 가질 만한, 꽉 막혀 있는 사람과는 나도 일 하고 싶지 않고.


<#10LOGO#> 이지나 연출가와의 작업은 어떤가.
김동완 :
못하면 혼내시는 게 아니라 한심해 하신다. (웃음) 나에게 없는 걸 끄집어내려고 하지 않으시고, 아직 아닌 것 같으면 손도 안 대신다. “준비 됐을 때 얘기해. 네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고, 틀린 것만 내가 터치해 줄게”라는 식이다. 그게 맞는 것 같다.


<#10LOGO#> 헤드윅이라는 캐릭터는 단순히 성적 소수자라는 설정을 넘어 자유, 결핍, 외로움, 이방인으로서의 삶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는데 어떤 면에 특히 중점을 두어 표현하고 싶은가.
김동완 :
용서.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용서하니까. 그리고 내가 생각할 때 헤드윅은 아름답고 인간적이고 예술가적인 사람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몰두하고 자신의 세계를 계속 가지고 있다는 점이 좋다.


<#10LOGO#> 그렇다면 내가 무대에서 표현하게 될 헤드윅은 어떤 느낌일 거라 생각하나.
김동완 :
지금의 나 같을 거다. 젊은 나이임에도 산전수전 다 겪은. 나 역시 이십대에 정말 수많은, 다양한 일을 겪었고 그런 상황에서 정말 ‘혼자’라고 느꼈던 때가 있다. 헤드윅은 분명 더 심한 상황을 겪었겠지만 그런 면이 비슷할 것 같다. 크게 화내지 않고, 크게 슬퍼하지 않고, 담담하지만 늘 그 중심에는 고통의 시간들이 서려 있다는 점에서.


“내가 현실도피를 위해 찾은 것은 나대기?”


김동완 “<헤드윅>을 한다고 팬들이 떨어져나갈 것 같진 않다”

<#10LOGO#> 마침 개막 첫 무대에 서게 되는데 긴장되지 않나.
김동완 :
너무 긴장돼 있으면 자기도 못 즐기고 보는 사람도 답답한 것 같다. 특히 <헤드윅>은 한 시간 사십 분의 마라톤 코스이기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체득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영화 <돌려차기>를 찍고 나서 아쉬웠던 게, 정말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으로 촬영 내내 한 번도 술을 안 마셨다는 거다. 그런데 그 때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배우들과 술을 마셨다면 더 좋은 호흡을 낼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랬을까 후회했다. 일부러 생각을 덜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래야 잘 채워 넣을 수 있으니까.


<#10LOGO#> <돌려차기>나 KBS <슬픔이여 안녕> 등 연기자로서 출연작이 적지 않지만 <헤드윅>처럼 파격적인 캐릭터는 처음이다.
김동완 :
연습하면서 야한 신이나 누구를 꼬신 이야기를 하는 신에서 민망할 때도 있지만 무대에선 속 시원할 것 같다. 그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나이 들었어도 이미지는 데뷔 때 모습으로 멈춰있는 것 같다는 게 벽이 될 수도 있었는데 그걸 좀 무너뜨린다고 아이돌 시절의 내 팬들이 떨어져나갈 것 같지는 않다. (웃음)


<#10LOGO#> 그동안 김동완이라는 사람에 대한 주된 이미지는 ‘연예인임에도 보기 드물게 바른 생활 사나이’라는 점이었는데 그걸 벗어던지는 데서 오는 카타르시스도 있나?
김동완 :
사실 이지나 연출가님을 뵙고 무섭다고 생각한 게, 나의 착한 면이 단순한 ‘착함’이 아니라는 걸 알아보셨다는 거다. “네가 놀 거 다 놀아보고, 해볼 거 다 해보고, 부귀영화를 다 누려보니까 지금 이렇게 가식적인 친절함이 나오는구나?” 하시더라. (웃음) 정말 그렇다. 다 해보니까 별 게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화 낼 일도 크게 화내지 않게 되고, 너무 큰 일 아니면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10LOGO#> “아름답고 행복한 작품은 취향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래서 <헤드윅>이 더 마음에 들었다고도 했는데, 배우로서든 관객으로서든 어떤 이야기에 끌리나.
김동완 :
어떤 소재든 잘 만들어지면 끌린다. 소시민 얘기가 좋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소시민에 대한 거라도 못 만든 건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아름답고 행복한 얘기도 잘 만든 거라면 하고 싶다. 물론 이상하고 못 만든 드라마나 영화도 존재하고 나 역시 이상하고 못난 배우 중 하나일 수 있겠지만 잘 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0LOGO#> 헤드윅이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찾은 게 음악이었고 음악은 곧 헤드윅이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한데, 자신에게 그런 분야가 있다면.
김동완 :
노래, 음악은 아닌 것 같고...나대기? (웃음) 나대는 도구가 노래나 연기였던 것 같다.


<#10LOGO#> 예전에는 블로그에 글을 자주 쓰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비공개로 돌려놓았고, 트위터나 미니홈피 역시 앞으로 할 생각이 없다고 써 놓은 채다. 사람들과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왜 글로는 ‘나대지’ 않는 건가. (웃음)
김동완 :
사실 블로그는 팬들과만 소통하려고 만든 건데 지금은 작품 때문에 글을 안 쓰고 있다. 처음엔 비공개로 하려고 했는데 어차피 언젠가는 내용이 퍼질 테니까 차라리 공개해놓고 내가 실수하면 누구든 ‘이게 아니다’ 싶을 때 빨리 얘기해줄 수 있도록 한 거다. (웃음) 그리고 블로그는 적어도 일부러 찾아와서 봐야 하는 데 비해 트위터는 번식력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들까지 나를 모니터하게 되는 게 마음에 안 든다. 누가 리플 다는 것도 싫다. 나 혼자만 얘기하고 싶다. (웃음)


“가족마저 친절하게 대하지만, 신화 멤버들은 그러지 않는다”


김동완 “<헤드윅>을 한다고 팬들이 떨어져나갈 것 같진 않다”


<#10LOGO#> 공익 시절 f(x)의 설리가 삶의 활력소였다고 말하자 팬들이 “딸이다 딸!”이라고 외친 적도 있을 만큼 요즘 신인 아이돌들과는 나이 차가 적지 않다. 가끔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1세대 아이돌’로서 엄청난 예우를 받기도 하는데 어떤가.
김동완 :
재미있다. 쑥스러울 때도 있지만, 아이유도 가까이서 보고. (웃음) 요즘 활동하는 친구들을 보면 멋있다. 다들 잘 하고, 사실 그맘 때 난 그렇게 열심히 안 했다. 1집이 잘 안 돼서 2집 때까지는 열심히 했지만 3집 때부터는 놀았다. 10년을 논 거다. (웃음)


<#10LOGO#> 하지만 H.O.T.의 문희준은 그룹 활동 시절을 돌이키며 “신화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부러웠다”고 하던데, 역시 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즐거웠던 것 같나?
김동완 :
신화로 활동할 때는 항상 노는 기분이었다. 혼자 활동할 땐 너무 긴장해서 힘들 때가 많았는데 지금도 신화로 있을 땐 긴장하지 않는다. 연예인 생활을 오래 하면 가족마저 너무 친절하게 손님처럼 대할 때가 있지만 신화 멤버들은 그러지 않는다. 걔네가 아니면 누가 나한테 그렇게 장난치고 사악하게 대해 주겠나. (웃음)


<#10LOGO#>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고 십대, 이십대에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평범한 사람들이 막 사회에 자리 잡고 살아갈 나이기도 한 삼십대 초반인 지금, 이십대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김동완 :
잘 돼도 자기 탓이 아니고 못 돼도 자기 탓이 아니다. 난 어릴 때 고생을 해서 젊을 때 고생은 공부처럼 느꼈지만 그냥 학교만 다니며 살아온 친구들은 요즘 등록금도 너무 비싸고 하니까 여러모로 많이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잘 살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너무 발악하며 살 필요도, 너무 헤프게 살 필요도 없다는 거다.


<#10LOGO#> 이십대의 나는 어땠던 것 같나.
김동완 :
누가 “너 진짜 안 논다”라고 하면 “나 많이 놀아”라고 대답하곤 했는데, “네가 일할 때 안 노니까 사람들은 안 노는 줄 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니, 당연한 거 아닌가. 일할 때 왜 노나. 단적인 예로, 촬영 전날에는 술을 먹지 않는다. 촬영 전날 술 먹고 힘든 건 술 때문이지 일 때문에 힘든 건 아니니까. (웃음) 만약 술 먹어도 아무렇지 않은 체질이었으면 그냥 술 먹었을 텐데, 숙취도 심하고 피부도 금방 망가지는 편이었다. 그런 콤플렉스가 많았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10LOGO#> 지금도 콤플렉스가 있나?
김동완 :
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훈련이 됐다. 예전보다 더 긍정적으로 산다.


<#10LOGO#> 생각과 고민이 많아 보이는 성격이라 평생 연예인으로서 살려는 마음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김동완 :
중간 중간 쉬거나 다른 일을 해볼 생각은 있지만 아예 그만두지는 못할 것 같다. 나대기를 좋아하니까, 음식점을 하더라도 거기서 나대면 규모가 작지만 아무래도 이 일을 하면 대국민적으로 나댈 수 있지 않나. (웃음) 수요가 있는 한은 계속 하고 싶다. 요즘 내 또래에서 연예인을 그만두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꽤 있던데, 생각해보니 나 역시 공익근무하기 전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아예 그만두고 싶다기보다는 좀 쉬고 싶었던 거다. 사는 건 진짜 마라톤 같은데 우리는 이십대 초반에 너무 일찍 스퍼트를 올리는 바람에 오버페이스 했던 것 같다.


<#10LOGO#>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 싶나.
김동완 :
대충. (웃음) 지금까진 특별히 하는 것도 없이 ‘빡세게’ 살았던 것 같지만 굳이 그렇게 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큰 실망만 시키지 않으면 된다. 촬영 전전날까지는 술 먹어도 되니까 전날에는 마시지 말고. (웃음) 그래서 앞으로의 인생 계획은 대충 살자. 일단 다 해 보고, 아님 말고.


<#10LOGO#> ‘아님 말고’ 정신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뭔가.
김동완 :
숙면이다. (웃음)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인터뷰, 글. 최지은 five@
10 아시아 인터뷰. 장경진 three@
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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