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K리그, 아이돌과 만나다

시계아이콘04분 58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K리그, 아이돌과 만나다 [사진=수원블루윙즈 제공]
AD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2011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키워드는 아이돌이다. 이들의 영역은 가요계는 물론 드라마, 예능, 영화까지 뻗어나갔다. 선망의 주체 역시 오빠부대를 넘어섰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배용준을 보고 눈물 흘리던 일본 아줌마를 이해 못 하던 우리였다. 이제는 소녀시대와 카라 콘서트장에서 3~40대 직장인 무리를 찾아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최근엔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300여명의 현지 팬들이 한국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플래시몹을 펼쳤다. 파리에서 열리는 한국 아이돌 합동 공연 티켓이 15분 만에 매진됨에 따라 공연 연장을 요구하는 '항의 집회'였다. 아이돌은 어느덧 거대 연예 산업을 넘어 하나의 사회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 관중 몰이에 나선 K리그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 아이돌 문화와의 적극적인 관계 맺기 혹은 벤치마킹에 나섰다. 올 시즌 K리그 경기장을 한번이라도 찾았던 팬이라면 이러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 K리그, 아이돌 문화와 만나다


K리그와 아이돌의 첫 만남은 단순했다. 시축과 축하공연이 전부였다. 물론 대중가수 공연을 접하기 쉽지 않은 지방에서 이러한 이벤트는 축구 관람이 줄 수 있는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문제는 효과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었다는 점이다. 가수를 보기 위해 모인 이들이 지속적으로 축구장에 유입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뒤따랐다. 지난해 걸그룹 티아라는 FC서울 홈경기에 상대팀인 전북 현대의 색깔인 녹색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에서 서울은 0-1로 패했고, '티아라의 저주'란 이름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일부 연예관계자는 "가수가 공연의상 색깔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며 항변하기도 했다. 축구와 아이돌의 연결고리가 얼마나 미약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였다.


이런 관계를 깨고 올 시즌 적극적인 '아이돌 마케팅'에 나선 것이 수원이다. 지난달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무려 90 여개의 매체가 취재를 왔다. A매치를 방불케 하는 뜨거운 취재 열기.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취재진을 파견했다.


K리그, 아이돌과 만나다 [사진=수원블루윙즈 제공]


이유는 단 하나. 수원의 5번째 공식팀으로 입단한 연예인 축구단 FC MEN의 오픈 경기 덕분이었다. JYJ 김준수가 단장 겸 선수로 나섰고, 김현중, 비스트 윤두준 이기광, 2AM 임슬옹 등 내로라하는 한류 아이돌 스타가 대거 출전했다.


프로와 각급 유소년을 제외한 일반인 팀이 K리그 공식팀으로 입단한 것은 유례가 없었다. 구단 측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을 '얼굴마담'이 아닌 팀의 일원으로 여긴 것. 유니폼은 물론 전광판 선수소개, 서포터즈 응원 심지어는 FC MEN 사진을 래핑한 구단버스까지. 기존 1군 및 유소년 클럽과 동일한 대우를 제공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에 대해 최원창 수원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FC MEN의 입단에 직접 나섰던 그는 "야구도 연예인 야구단 덕분에 이미지가 얼마나 올라갔던가. 우리도 벽을 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시장규모가 자체가 다른 연예계의 잠재적 수요를 축구장으로 끌어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돌 팬이 축구장으로 바로 유입되는 것은 어렵다. 그 대신 브랜드 이미지 면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여심(女心) 잡기란 측면도 있지만 수원, 나아가 K리그의 대중화가 가장 큰 목표다. 아무래도 이런 기회를 통해 소녀팬들도 프로축구에 대해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지 않겠나"


FC MEN 역시 적극적이었다. 최 과장은 "입단 과정이 전혀 작위적이지 않았다. 그랬으면 나도 반대했을 것"이라 설명했다. 김준수는 경기 전날 대만에서 콘서트를 치른 피곤함도 잊은 채 다음날 아침 귀국 비행기를 타고 곧장 경기장으로 달려왔다. 비스트 윤두준 역시 양해를 구하고 당일 촬영 일정을 뒤로 미뤘을 정도였다.


이들은 소속사의 반대도 무릅쓴 채 열정적으로 FC MEN 활동에 임했고, 자신의 팬들을 대상으로 '수원 알리기'에도 적극 힘썼다. 충성도 높은 선수이자 홍보대사인 셈이다.


이날 경기 후 김준수는 인터뷰에서 "월드컵경기장에서 뛰어본 건 처음이었다. 재밌고 즐거웠다. 앞으로도 축구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원과 함께 좋은 행보를 이어갈 것이고, 우리도 항상 블루윙즈를 응원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K리그, 아이돌과 만나다 [사진=수원블루윙즈 제공]


고교 시절부터 수원의 열성팬이었던 윤두준의 감회는 남달랐다. 그는 "2007년 당시 김남일, 조원희 등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래서 더욱 애정이 간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빅버드에서 뛴 것이 꿈만 같다. 너무 밟고 싶은 그라운드였고, 그곳에서 축구 경기를 했다는 자체가 영광"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이기광 역시 "어린 시절 운동선수가 되고픈 꿈을 이런 기회를 이룬 것 같아 행복하다"며 "FC MEN과 수원의 한 일원으로서 열심히 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수원 입단에 대해서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2AM 임슬옹은 당초 FC MEN 선수가 아니었지만, 구단 측의 전폭적인 지원 소식을 듣고 자청해서 입단한 경우다.


이들의 합류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시즌 개막 후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수원 유니폼은 벌써 초도 물량이 거의 소진됐다. 달라진 유니폼 디자인과 지난해와 다른 초반 호성적도 한 이유였지만, FC MEN의 가세가 큰 몫을 했다고 최 과장은 귀띔했다. 실제로 이들의 입단 뒤 구단 사무실에는 유니폼 구입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빠'들이 입은 수원 유니폼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소녀팬을 찾아보기도 어렵지 않았다.


나아가 김준수가 FC MEN 입단식에서 입었던 유니폼은 수원 구단 홈페이지에서 진행된 '사랑의 경매'에서 역대 최고가인 233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K리그, 아이돌과 만나다 [사진=수원블루윙즈 제공]


수원은 연예인 초청행사에도 변화를 꾀한다. 7일 전남과의 홈경기에 초청된 가수 아이유가 축구장의 꽃인 서포터즈 응원문화와 접점을 갖는다. 직접 그랑블루 응원가를 선창하며 팬들과 함께 응원에 나선다. 물론 시축과 축하공연도 펼칠 예정. 삼촌팬들로선 아이유의 공연도 보고, 축구경기와 그랑블루의 열정적인 응원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 K리그, 아이돌이 되다


아이돌 그룹에게 신비감보다 친근함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아이돌그룹 GOD가 '육아일기'란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인기를 얻었고, 이는 음악으로 고스란히 이어지며 GOD는 일약 국민그룹으로 떠올랐다.


K리그도 이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아이돌 가수가 무대를 내려와 대중과 눈높이를 맞추며 친근한 오빠동생으로 다가왔듯, 선수도 그라운드 밖에서 팬과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인유반'은 이를 잘 활용한 사례다. 서울 서문여고 교사이자 열정적인 인천팬인 배석일씨는 2005년부터 '인유반'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벌써 7기째.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급에 인천 유나이티드를 소개하고, 매년 한번 이상 인천 경기 단체 관람을 주도해왔다.


이에 구단 역시 이들을 특별대우했다. 통상 경기 전에는 그라운드 주변 출입이 통제되지만 '인유반'은 예외였다. 직접 내려와 선수들과 만나고 사진을 찍도록 허용했고, 경기 시작전 선수 에스코트의 기회도 제공해왔다.


K리그, 아이돌과 만나다


나아가 지난 27일 'K리그 득점왕' 유병수를 비롯한 인천 선수 5명은 서문여고를 직접 찾았다. 이들의 깜짝 방문에 '인유반'은 물론 학교 전체가 열광했다. 선수들은 1시간여 동안 '인유반' 학생들과 팬 미팅을 가졌고, 사인회도 실시했다.


중간고사가 눈앞이지만 '인유반'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놓은 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쉬는 시간 교실 밖 복도는 다른 반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실제 아이돌 가수를 맞이하는 듯한 뜨거운 반응이었다. '인유반' 학생들은 인천 후드티를 단체로 맞춰 입기도 했다. 곧 있을 체육대회에서도 단체복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하나(17) 양은 "인천 선수단이 온다고 해 하루 전부터 설렜다"며 "담임 선생님을 통해 인천에 대해 알게 됐다. 오늘 직접 보니 다들 정말 멋있고 잘 생겼다"며 기뻐했다. 학생들에게 인천 유나이티드란 존재는 이미 특별함 그 자체였다.


K리그, 아이돌과 만나다


김동찬 인천 홍보팀 대리는 "선생님이 그동안 경기장에 자주 오셔서 구단 관계자와도 오랜 친분이 있어 이번 행사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문여고뿐 아니라 연고지인 인천, 그 외 경기도 지역에도 '인유반'을 만들고 싶다는 문의가 많다. 점차 제2, 제3의 인유반이 생기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수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유병수는 예상을 뛰어넘는 소녀팬들의 환대에 연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런 성원이 젊은 선수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즐거워했다.


특히 '인유반'은 중간고사가 끝난 뒤인 15일 소풍을 겸해 인천 홈경기를 단체 관람하기로 했다. 이에 유병수는 "오늘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팬의 사랑과 선수의 경기력 사이의 선순환 구조를 엿볼 수 있었다.


◇ K리그 저변 확대를 위한 긍정적 움직임


서울로 올라와야 겨우 볼 수 있는 연예인과 달리 축구 선수는 매주 홈경기장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K리그는 전국에 가장 많은 구단을 보유한 프로스포츠다. 그만큼 지역 내 팬들과 만날 기회도 많고,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광양에서 지동원, 창원에서 윤빛가람이 빅뱅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경남FC는 구단이 아닌 선수 자발적으로 이러한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 결정적 수단은 트위터 등의 SNS였다. 윤빛가람, 김주영, 김인한 등 젊은 선수 대다수는 물론 노장 김병지까지 트위터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문출 경남 홍보팀장도 "선수들이 트위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여고생 팬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이 직접 자신의 일정이나 근황을 트위터로 알리면서 팬들과의 거리가 좁혀졌고, 덕분에 여성팬들도 급증했다는 것.


K리그, 아이돌과 만나다 [사진=창원축구센터를 찾은 경남FC '오빠부대']


지난해부터 경남FC를 응원했다는 최은희(18)양도 "SNS 등을 통해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회민(20)양 역시 "선수들과 직접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경남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경남 오빠부대' 규모가 급증한 배경을 설명했다.


포항에서 만났던 여중생 팬들도 경기가 끝난 뒤 김재성, 신형민 등 젊은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경기장 앞에 진을 쳤다. 이들은 "아이돌 가수보다 포항 오빠들이 더 좋다"며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이처럼 K리그의 '아이돌 문화 만나기'는 여러 긍정적인 측면을 담고 있다. 직접적인 관중 동원 효과는 물론, 구단과 리그 전체의 이미지 재고에도 큰 역할을 한다. 더불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아이돌의 인기비결을 통해 K리그의 나아갈 길을 찾을 수도 있었다. 경기 자체를 넘어 직접 팬과의 접점과 소통을 넓혀감으로써 친숙한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것. K리그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