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좋다> ‘영웅호걸’ SBS 일 저녁 6시 50분
방송의 종료를 위해 ‘영웅호걸’은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처음 출연자들이 집결했던 장소를 찾았고, 서로의 첫인상을 알아보기 위해 행했던 이미지 퀴즈를 또다시 연출했다. 제작진으로서는 수미상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이것은 결국 이 방송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서로를 모른다는 전제 하에 무례함을 유도했던 첫 번째 게임과 마찬가지로 멤버들은 이미지 퀴즈를 통해 서로의 가장 굴욕적인 순간을 상기하게 만들었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나열된 방송의 추억에서도 상당 부분은 출연자의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되새기는 것에 할애되었다. ‘인지도 상승’과 ‘이미지 회복’을 목표로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남는 것이 고작 사소한 실수와 망가진 표정이라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그동안 만들어 온 서사가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방송은 고집스럽게 출연자들이 나눈 우정의 깊이를 강조했다. 그리고 실제로 출연자들은 종영의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방송 외부에서 서로의 친분을 자랑하기도 했다. 멤버십을 다지고, 망신스러운 모습을 노출하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방송의 문제점이 출연자들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님을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심은 그동안 진행해 온 인지도 순위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이휘재가 룰을 오해하는 장면에서 여지없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효과 없이 혼란스러운 구성을 만든 제작진과 구성에 대한 이해 없이 방송을 이끄는 진행자의 불협화음이야말로 출연자들이 <체험 삶의 현장>에 가까운 고생을 감수하면서도 리얼리티의 효과를 전혀 누릴 수 없었던 주원인이었다. 순위 발표 후, 당황하는 이진에게 이휘재는 “예능은 리액션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목적 없는 액션은 리액션으로 살릴 수 없으며, 리액션이 약한 멤버는 그 자체로 캐릭터를 구축해야 한다는 예능의 기본 수칙을 먼저 제작진과 MC가 이해했어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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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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