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이라 불리는 중동 지역의 정치적 변화 바람이 만든 리스크로 최고가를 경신하는 유가와 일본 후쿠시마 지역의 강진과 쓰나미로 인한 최고 등급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어느 때보다도 친환경성과 안전성이 보장된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를 저지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은 인류가 가장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과제 중 하나이다.
이러한 미래 에너지원으로 기대되는 기술 중 하나가 '핵융합'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핵'이라는 단어만 봐도 일반 대중은 '자라' 보듯 놀라 핵융합에 의구심을 보이지만 이는 '핵분열'의 원자력과 정반대 원리를 이용하는 녹색에너지이다. 우리나라의 중점 녹색기술 중 하나이자 미국에서도 인류가 삶의 질을 개선하고 보존하기 위해 추진해야 하는 '위대한 도전'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된 핵융합 기술은 연료가 풍부하고 안전하며 에너지 효율이 높아 기존 에너지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최적의 녹색에너지로 꼽힌다.
핵융합은 태양이 빛과 열에너지를 내는 원리이다.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인 태양의 중심에서는 수소원자핵이 융합해 헬륨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구상에서 실현하기 위해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가두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해왔으며 '토카막'이라는 자기장을 이용한 핵융합 장치에서 그 가능성을 찾았다. 주요 선도국들은 지난 50여년간 핵융합을 이용한 대용량의 에너지 생산 가능성을 확인해왔으며, 현재 이를 최종 공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발전소 규모의 핵융합로를 건설하는 단계에 올라와 있다.
인류 최대의 국제 공동프로젝트로 알려진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공동 개발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핵융합 연구의 선두주자인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러시아가 1988년 공동 연구개발을 시작한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이 절실히 필요한 중국과 우리나라, 인도가 참여하게 되었다. 핵융합 기술 개발이 인류 공동의 문제인 만큼 선진국들은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모든 기술과 역량을 하나로 결집, 공동으로 핵융합로를 건설하고 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ITER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선진국이 달성한 핵융합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핵융합 발전의 실현을 검증하는 마지막 관문이다. ITER에 참여하고 있는 핵융합 리더국들은 2019년쯤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는 ITER를 통해 500MW 이상의 대용량 에너지 생산을 확인하고, 2030년대 후반 전기생산 실증 단계를 통해 2040년대는 핵융합 상용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수십년이나 뒤늦은 후발주자지만 2007년 세계적 수준의 초전도핵융합장치인 'KSTAR'의 개발에 성공한 후 매년 세계를 놀라게 하는 빠른 연구성과 달성을 보여주면서 핵융합 연구 리더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풍부하고 안전한 미래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서 ITER 사업 참여와 KTSAR의 전략적 운영을 계획한 우리나라는 어느 때보다 미래 에너지 기술 선점 가능성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어느 때보다 새로운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관심이 높아지고 '파트타임' 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보완하고 대용량 고밀도 에너지원으로 '기저전력'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미래 에너지원 개발을 위한 투자가 진행돼야 하는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에서 주도하고 있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대한 노력과 관심도 지속되길 바란다.
이경수 국가핵융합연구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