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의 핵심인 시험 제도를 19년 동안 11번이나 바꾼 나라가 또 있을까. 새로 제안된 2014학년도 수준별 수능까지 포함하면 20년 동안 12번이나 바뀌었다. 이런 교육당국의 노력에도 학부모와 학생의 인식 속에 그동안 빈번하게 제안된 '대입제도'가 대부분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계획안의 근거가 비현실적이었다는 데 있다.
2014학년도 수준별 수능 개편안도 마찬가지다. 두 가지 핵심쟁점을 들여다보자. 하나는 수험생의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준별로 수능을 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교과중심 출제로 학교 수업만으로 시험 준비가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수준별 수능이 학습 부담을 줄인다는 주장은, 그것이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것인가'를 논외로 하더라도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수능은 기본적으로 상대평가인 시험이다. 따라서 시험과목의 수나 범위에 상관없이 그 시험에서 다른 사람보다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하는 시험이다. 결국 학생들은 '적은 분량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것'에 지금과 마찬가지의 시간과 노력을 쏟게 될 수밖에 없다.
'교과중심 출제를 통해 학교 수업만으로 준비할 수 있게 하겠다'는 논리 역시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기는 마찬가지다. 소위 범교과적 출제가 문제되는 것은 언어(국어)와 외국어(영어) 영역이다. 문제는 국어와 영어 교과서가 16종이 넘어 한 학교에서 이 많은 교과서를 수업에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과서를 중심으로 출제한다고 해도 학생 입장에서는 '범교과서'적인 출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지 따져보자. 우선 사회와 과학 교과에서 선택과목 수를 3개에서 2개로 줄이겠다는 것을 빼면 수학과 사회, 과학은 시험범위도 지금과 똑같다. 영어도 달라질 것이 없다. 평판이 좋은 대학에 가고자 하는 학생은 모두 어려운 B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국어'뿐이다. 인문계 학생들이 수학 B형(현재 이과 수학)을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수학을 A형(현재 문과 수학)으로 선택하는 대신 국어를 B형(어려운 형, 지금의 수능 수준)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국어도 쉬운 것을 선택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은 평판 좋은 대학을 일찍 포기하라는 소리와 다름없다. 결국 인문계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수능과 다를 것이 없는 시험제도인 것이다. 남은 것은 자연계 학생들이 '쉬운 국어'를 하면 된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교육과학기술부가 거창하게 내놓은 수능 개선안은 '자연계 학생은 국어를 좀 못해도 좋다'는 정도의 '개선안'에 머물고 마는 것이다.
일반 기업도 회사 운영과 관련해 '새로운 안'이 제시되면 그로 인한 결과를 엄밀히 예상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세우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2년이 못 돼 새로운 개선안이 쏟아져 나오는 엉터리 수능 개선안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정권과 장관이 바뀌면 늘 그렇듯 '개선안' 타령이 시작될 뿐이다. 장관이 업적을 남기기 위해 의욕적으로 일하는 것을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내용을 '국가의 정책'으로 추진할 때, 특히나 전 국민의 관심사인 '대학입시 제도'를 1년 반에 한 번씩 갈아치우는 것을 주요 '업적'으로 남기려고 할 때 피곤해지는 건 국민뿐이다.
이현 현현교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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