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형 한국공인회계사협회 회장
[아시아경제 ]요즘 대한민국은 순위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있다.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와 더불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과 공정성 논란도 있지만 객관적인 평가에 입각한 '등수 매기기'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인정과 객관적 수준의 파악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회계 순위는 몇 위나 될까.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은 1989년부터 국가경쟁력지수를 발표해 왔고, 현재 58개국을 대상으로 통계자료 분석 및 설문조사를 통해 매년 순위를 발표해오고 있다. 또 다른 기관인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전 세계 139개국을 대상으로 1979년 이후 유사한 결과를 계속 공개해오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의 IMD 회계 및 감사 부문 신뢰도 순위는 46위였고, 2009년 WEF는 감사 및 공시 기준으로 36위를 주었다. 물론 전체 국가경쟁력은 이보다 높다. 하지만 한국은 회계 신뢰도 지표가 낮아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러한 사실을 무시해야 할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 경제 규모 15위 대한민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다. 왜 그런 것일까. 혹시 IMD와 WEF의 조사 방법이나 평가 기준이 우리에게 불리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게다가 이러한 순위가 중요한 이유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직ㆍ간접적 불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회계학회는 연구결과를 통해 회계불투명성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2008년에는 38조원, 2014년에는 무려 5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제 회계신인도가 낮으면 해외증시 상장 시 주식할인, 외채 발행 시 할증이자 등 실질적 손해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이러한 국제기구 발표 순위는 우리나라 회계 시스템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회계 및 감사 제도에 대한 불신,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르지 못한 각종 규정 및 정부 규제 등 한국의 국제적 회계신인도가 낮은 데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투명성은 유해 환경을 제거해 회계시장의 발전을 유도하는 쪽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 회계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가 실제보다 훨씬 낮게 평가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즉 평가 기준, 평가 방법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정확한 수준을 나타내지 못한 순위라는 일각의 의견이 있다.
실제 우리나라 회계업계는 1950년대 계리사법이 제정된 이래 회계 원칙과 투명성을 제고하면서 발전해 왔다. 올해 국제회계기준(IFRS)의 도입 또한 어느 나라보다 조기 정착을 위해 업계에서는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편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국제적 회계신인도 개선을 위한 'Top-10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46위에서 10위권을 목표로 인식 및 제도 개선을 해보자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회계정보 투명성을 적극 홍보하고, 해외 평가기관에 우리 회계산업의 투명성 정보를 제공하는 등 각계의 노력을 결집시키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정부도 국가브랜드 50대 과제 중 '국제적 회계신인도 개선'을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46위, 부끄러운 등수다. 특히 회계업계가 그동안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것에 비한다면 화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단지 회계업 종사자만이라면 부족하다. 전 세계의 평가를 변화시키려면 결국 업계, 학계, 정부 그리고 온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2006년 58위, 2007~2008년 51위, 2009년 39위, 작년엔 46위로 답보 상태인 국제적 회계신인도. 2011년 올해의 순위에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란다.
권오형 한국공인회계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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