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성공에 절반은 상권 선택에 달려있다. 그러나 이 분야만큼 주먹구구식으로 ‘감’에 의존하는 경우도 흔치 않을 것이다. 지난달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부산창업박람회에 SK텔레콤이 참가했을 때, 관람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통신사가 창업에 왜?’ 그러나 곧 고개를 끄덕거렸다. SK텔레콤이 들고 나온 것은 고객 및 상권을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창업 시 상권을 선택하고 매장을 운영하는 전략의 기초를 만드는 길라잡이 솔루션이었던 것이다.
이제껏 창업시장에서 매장의 입지 선택, 상권 분석만큼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분야였다. 그저 유동인구가 많으면 좋은 곳이고 기껏해야 오랜 경험과 눈썰미가 선택의 기준이었다. SK텔레콤의 지도기반 비즈니스 솔루션인 ‘지오비전’은 동 단위 연령대별 매출, 시간대별 매출 등 매출 정보는 물론 시간대별·월별·성별·연령별 유동인구 분석, 상권 내 구매 패턴, 부동산 개발 정보, 점포 매물 현황 등 30여 가지 항목에서 인구와 지리적 조건을 분석한다.
예비 창업자가 업종 선택과 매장 입지를 결정할 때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실패율을 낮출 수 있다. 지금까지 창업시장에서의 분석은 가맹본사 실무자 또는 부동산중개업자의 개인적인 데이터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다. 하지만 이것이 데이터베이스로 수치화함으로써 창업에 대한 예비 창업자의 신뢰도가 향상되고 창업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매장 운영 전략을 짤 때에도 매장을 오픈한 지역의 고객 분석 자료를 통해 해당 고객층에 어필하는 최적화된 홍보 방법을 찾아내 전단지를 제작해 배포하거나, 연령별 접객 요령을 몸에 익히는 노력을 벌여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도 있다. 지오비전을 창업에 활용하면 개인 창업자로서는 불가능했던 고객 분석 자료를 쉽게 수집할 수 있어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
지오비전의 상권 분석 서비스는 SK텔레콤의 주도로 현대카드, NICE신용평가정보, SK마케팅앤컴퍼니, 한국생산성본부, KIS정보통신, 선도소프트, 부동산114, 아이엘엠소프트 등 총 9개의 파트너사가 축적한 다양한 고객 분석 데이터베이스를 지도에 접목시켰다. 지도기반 비즈니스 서비스는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는 이미 기업 경영의 핵심 툴로 자리 잡았으며 일본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지원돼 기업들의 마케팅 및 영업 활동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창업시장에서 혁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가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 등은 혁신이 아니면 쉽게 이룰 수 없고 이것이 곧 성공과 실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국내 청소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크리니트’도 혁신이 곧 경쟁력인 좋은 사례다. 크리니트는 국내 청소업계에 매뉴얼과 견적서, 사후 체크리스트, 유니폼 착용 등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그동안 청소는 동네 지인을 대상으로 주먹구구식으로 영업하고 시공하는 시장이라는 인식에서 충분히 전문성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인식을 심은 것이다. 최근 이 회사에서는 유리창 청소 대행사업인 ‘윈크린’을 내놓고 유리창 청소 분야에도 혁신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리창 청소에 대한 요구는 증가하고 있지만 2~4층에 위치한 유리를 닦으려면 사다리나 스카이차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윈크린은 특수차량을 동원하지 않고도 2~4층을 지상에서 닦을 수 있는 청소 도구를 개발, 작업 단가를 낮춰 관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윈크린의 혁신을 단행, 가격 경쟁력을 통해 쉽게 영업할 수 있게 됐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세종대학교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랜차이즈 창업·유통 및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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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리뷰 전희진 기자 h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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