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할리우드는 미국의 영화산업을, 발리우드는 인도의 영화산업을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날리우드’(Nollywood)는?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요즘 주목해야 할 영화업계로 최근 날리우드를 지목했다.
날리우드란 요즘 번창 중인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영화산업을 일컫는 애칭이다. 날리우드의 연간 시장 규모는 8억 달러(약 8570억 원)로 배우, 감독, 마케팅 전문가, 배급업자 등 30만 명 정도가 여기에 종사하고 있다.
날리우드는 인구 1인 기준으로 발리우드보다 규모가 큰 세계 제2의 영화시장이다.
나이지리아 영화의 인기는 날로 확산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날리우드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보다 더 잘 팔린다. 아프리카에서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와 덴젤 워싱턴을 모르는 사람이 있어도 날리우드 스타 주느비에브 은나지(32)와 램지 누아(38)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다.
은나지는 2005년 ‘아프리카 영화 아카데미’에서 여우 주연 상을 받은 배우다. 미국의 CNN은 은나지를 ‘아프리카의 줄리아 로버츠’로 치켜세웠다.
날리우드가 탄생한 것은 20년 전. 당시만 해도 나이지리아 영화는 제작 품질이 떨어져 관심 받지 못했다. 경험도 별로 없는 감독이 제작비 1만5000~3만 달러로 1주 안에 뚝딱 만든데다 싸구려 중고 디지털 장비와 카메라가 동원됐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영화 스토리는 상투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해피엔딩의 러브스토리가 주류를 이뤘다. 영화는 극장에 내걸리지 않은 채 DVD와 VCD로 곧장 팔려나가기 일쑤였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날리우드는 번창했다. 날리우드 영화는 DVD·VCD로 평균 5만 장이 팔려나갔다. 수십만 장이 판매된 영화도 상당수에 이른다. 몇몇 영화는 100만 장이 팔리기도 했다.
DVD·VCD 가격이 장당 1.5달러이니 대다수 나이지리아인은 별 부담 없이 구입해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그 덕에 제작자는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이제 날리우드의 시장환경이 바뀌었다. 영화의 질이 예전 같지 않다. 배우들의 출연료도 두둑해졌다. 제작 기법을 익히려 뉴욕 필름 아카데미 같은 해외 영화교육 기관으로 유학을 떠나는 관계자가 수두룩하다. 영화에 투자하는 개인이나 기업도 늘고 있다.
오늘날 날리우드에서 영화 제작비는 6자리 수를 훌쩍 뛰어넘는다. 일례로 날리우드의 대표적인 감독 쿤레 아폴라얀은 2009년 “영화 ‘작은 조상’을 제작하는 데 30만 달러 정도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작은 조상’은 나이지리아 현지는 물론 해외 극장에서도 개봉돼 호평 받으며 ‘아프리카 영화 아카데미’ 5개 부문을 휩쓸었다.
포브스는 날리우드가 이제 비상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을 뿐이라고 평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