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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짝퉁의 경제학]“더 이상은 못 참아… 이젠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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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들 짝퉁에 뿔났다

IT제품서 고속철까지 기술 복제… 지재권 방어 차원 소송 봇물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이 긍정적인 의미로 회자되던 시절은 참 훈훈한 시대였다. 모방을 부정적 의미로 해석하기 전에 창조로 가는 전 단계쯤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우연히 발견한 모방품에 분개하면서 경쟁사 제품의 구석구석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표절이 의심되면 뒤춤에 감춰둔 지적재산권 침해란 칼날을 곧추 세운다.


애플은 지난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갤럭시탭이 자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모방했다며 특허 침해 소송을 벌였다. 아이폰의 일부 외관, 아이콘 디자인 등을 베꼈다는 주장이다. 애플의 입장에서 갤럭시S는 아이폰의 짝퉁인 셈이다.

글로벌 기업 간 다툼으로 외연이 확대된 짝퉁 논쟁은 국가 간 자존심 경쟁의 대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 달 28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김치협회가 출범했다. 한국김치를 겨냥해 청두김치의 세계화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 지역에선 발효된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라고 부른다. 일부 언론에선 파오차이가 김치가 원조이고, 한국김치는 모방품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입장에서 파오차이는 김치의 짝퉁일 뿐이다.


짝퉁 논쟁에 일본도 끼어들었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항저우 간 202km 구간을 45분 만에 주파하는 고속철이 개통됐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신칸센의 기술과 디자인을 베꼈다며 ‘신칸센의 짝퉁’이라고 폄하했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문자부터 건축까지 공짜로 베낀 것은 일본이라며 발끈했다. 짝퉁 논쟁과 짝퉁 전쟁이 점점 복잡다양해지고 있다.


[못말리는 짝퉁의 경제학]“더 이상은 못 참아… 이젠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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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진출 한국기업 피해 갈수록 확대


모조품을 단속하는 짝퉁 전쟁도 매년 국내외서 벌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짝퉁 전쟁은 국내와 해외편으로 구분된다. 국내는 주로 전통적인 불법복제나 브랜드 도용 등이 전쟁을 일으키는 단골손님이며, 최근엔 중국 등 신흥국에서 들어오는 짝퉁 제품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해외는 주로 중국이 전장이며, 품질 좋은 한국의 휴대폰-의류-식품-생활용기 등이 짝퉁으로 변신해 해당 기업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에서 잘 나가는 한국 자동차 덕분에 현대모비스는 매년 짝퉁과 전쟁을 치른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 ‘짝퉁 자동차 부품’ 주의보를 내린 상태다. 특히 중국은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면서 짝퉁 자동차 부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짝퉁 범람으로 인한 매출 타격도 문제지만 현대모비스 이름을 부착하고 팔리는 위조품의 조악함 때문에 회사 이미지 타격이 더 부담스럽다.


현대모비스가 발표한 지난해 국내외에서 적발된 짝퉁 부품은 210건에 약 337억 원 어치. 매년 급증하는 추세라 고민이 깊어간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적발되지 않는 짝퉁 부품의 규모는 통상 적발된 규모의 약 5~6배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잘 나가는 락앤락 역시 모조품과 전쟁이 한창이다. 몇 년 전부터 중국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보니 짝퉁에 의한 피해 사례가 중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홍창표 KOTRA 상하이 KBC 부장은 “락앤락은 지난해 8월 타이저우시 공상국과 함께 단속활동을 펴 모조품 1만2000여 개와 금형 설비 등을 몰수했다”고 말했다.


LG도 국내외에서 ‘LG 브랜드’의 도용과 오남용 단속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2012년까지 주요 전략국가에서 브랜드 인지도 53% 달성 목표 때문에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LG는 해외에 진출한 각 계열사별로 법무팀과 특허 관계자를 배치하면서 위조품에 대한 예방, 행정단속, 민사소송 등 다양한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일부 제품의 디자인 등 몇몇 권한은 현지 기업에 넘겨 짝퉁 회사를 단속하게 하는 마케팅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못말리는 짝퉁의 경제학]“더 이상은 못 참아… 이젠 전쟁이다”


인도-UAE까지 확대되는 짝퉁 전쟁


중국 정부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따른 단속이 주요 도시에서 강화되자 짝퉁 업자들은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짝퉁 휴대폰들은 중국 고유의 브랜드로 무장하고 인도나 두바이 등지로 팔려나간다. 수출된 짝퉁 제품들은 현지에서 또 사회 문제가 돼 새로운 인도판 ‘짝퉁과의 전쟁’을 불러일으킨다.


홍창표 부장은 “모 중소기업이 두바이에 소재한 바이어로부터 항의 메일을 받았는데, 두바이 지역 단독 에이전트였던 바이어를 통하지 않고 시장에 똑같은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지에 나가 조사해보니 중국에서 유입된 짝퉁 제품이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의 짝퉁 부품도 아시아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한국으로 1차 수입돼 재포장 과정을 거친 뒤 메이드 인 코리아로 변신, 제 3국으로 재수출되는 방법도 적발된 상태다. 이 회사는 인도나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현지 경찰과 함께 모조품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또 하나 변화의 흐름은 지재권 침해 분야에서 항상 피고였던 중국이 원고로 입장이 뒤바뀌어 역공을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세계 5위의 특허 대국으로 언제든지 특허권 침해 사례가 발견되면 중국 주도의 짝퉁 전쟁이 일어날 개연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당분간 중국산 짝퉁을 둘러싼 전쟁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 수준이 정품 구입 가격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짝퉁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며, 지재권의 인식, 단속의 어려움 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두더지 때리기 게임 같은 짝퉁 전쟁은 이어지고 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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