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아시아 무대 3연패를 노리는 K리그가 결코 쉽지 않은 행보를 남겨뒀다.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참가 중인 FC서울, 제주 유나이티드, 전북 현대, 수원 삼성이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 열린 조별리그 4차전에서 공교롭게 모두 J리그 팀과 맞붙었다. 결과는 1승1무2패의 판정패.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더불어 조별리그 일정의 3분의 2를 소화하며 K리그 각 팀의 본격적인 16강 경쟁 구도도 드러났다. 특히 이날 유일하게 승리를 따낸 전북을 제외하면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상황.
남은 경기 일정은 물론 월드컵과 다른 순위 산정 방식이 변수다. AFC챔피언스리그는 승점이 같을 경우 전체 골득실보다 동률팀간 상대전적-상대 골득실을 먼저 따진다. 직접적인 경쟁상대와의 맞대결이 더욱 피 말리는 이유다.
◇ 안정권에 접어든 전북, 살얼음판 수원
전북은 K리그 4룡(龍) 중 가장 16강에 가까이 간 팀이다. 이동국의 결승골에 힘입어 세레소 오사카를 1-0으로 잡았다. 1패 뒤 3연승으로 조 1위를 달렸다. 남은 일정에 이변이 없는 한 16강 진출은 무난해 보인다.
문제는 조 1위 달성 여부. 단판승부인 16강전은 조 1위 팀이 홈경기 개최권을 가져간다. 일정 및 이동시간을 고려할 때 홈팀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중국의 '레알 마드리드' 산둥 루넝(승점 7점)과의 최종전이 순위를 가를 결정적 매치업이다.
수원은 H조 선두를 지켜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 선제골을 지켜내지 못하고 1-1 무승부를 거뒀다. 가시마와 승점(1승 3무, 6점)은 물론 상대전적(2무)마저 같았지만 골득실(수원 +4, 가시마 +3)에서 간발의 차로 앞섰다.
특히 H조는 8개조 가운데 선두와 최하위의 승점 차가 가장 작은 조다. 남은 두 경기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현재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수원은 3위 시드니FC(승점 5점)와 홈경기를, 4위 상하이 선화(승점 2점)와는 원정 경기를 각각 치른다.
◇ K리그 챔피언과 준우승팀의 고전
지난 시즌 K리그 최강 두 팀이 나란히 고배를 마셨다. 그나마 서울은 가슴을 쓸어내린 경우다. 홈에서 열린 K리그-J리그 디펜딩 챔피언 간 맞대결서 나고야 그램퍼스에 0-2로 패했다. 이기면 16강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뼈아픈 패배였다. 다행히 조 최약체로 꼽히던 알아인(UAE)이 항저우 그린타운(중국)을 1-0으로 잡아주면서 조 2위는 지켜냈다.
다음 상대인 알아인을 꺾는다면 16강 진출의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만약 같은 날 나고야가 항저우까지 잡아준다면 최소 조 2위를 확정짓게 된다. 16강 홈 이점까지 얻으려면 나고야의 실족을 기다려야 한다.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은 제주다. 20일 감바 오사카 원정에서 1-3으로 완패하며 조 3위로 밀려났다. 이날 패배로 감바와 승점(6점)과 상대전적(1승 1패)에선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 골득실이 한 골 뒤졌기 때문. 경기 종료 직전 추가골을 내준 것이 아쉬웠다.
자력 진출 가능성은 남아있다.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긴다면 최소 조 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다음달 4일 조 선두 텐진 테다(승점 7점)에 비기거나 패하면 최종전까지 다른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만 한다.
◇ 피하고 싶은 K리그 맞대결
또 한가지 관심사는 K리그 팀간 16강 맞대결 여부다. AFC챔피언스리그는 16강전까지 동아시아와 서아시아로 양분되어 치러진다. K리그가 속한 동아시아는 E조-G조, F조-H조가 크로스 토너먼트 방식으로 16강전을 갖는다. 즉 E조 1위와 G조 2위가 맞붙는 방식이다.
지난해 K리그 네 팀은 모두 16강에서 엇갈리며 맞대결을 피했다. 덕분에 J리그, 중국 수퍼리그를 모두 따돌리고 동아시아에 배정된 8강 티켓 4장을 싹쓸이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불행히도 올해는 그럴 가능성이 작아졌다. 전북이 G조 1위가 유력한 반면 제주는 감바 오사카의 실수 없인 E조 선두가 불가능하다. 서울도 나고야와의 상대전적이 불리해 남은 두 경기 승점이 같을 경우 F조 2위에 만족해야 한다. 이때 수원마저 H조 1위가 되면 두 팀은 일찌감치 16강에서 만난다.
따라서 네 팀이 모두 16강에 오르더라도, 조 순위가 엇갈릴 경우 지난해의 영광 재현은 불가능해진다. 16강 진출 여부만큼이나 각 팀 순위에 신경이 곤두서는 이유다.
특히 서울과 수원은 16강전 '수퍼매치'를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두 팀의 라이벌전은 국제축구연맹(FIFA) 홈페이지도 "아시아 최고의 더비"라 평할 만큼 치열함을 자랑한다. 그만큼 후유증도 따를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수원 관계자는 "두 팀 모두 너무 일찍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나는 것은 피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즌이 한창 중인 가운데 벌어지는 외나무다리 맞대결은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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