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있는 업체 지원"…금융권 당근도 없이 독려
은행들 "앞장서서 제한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아시아경제 조태진ㆍ박민규 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주문한 '전망 있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장에 적극적인 지원' 발언이 혼선을 빚고 있다.
김 위원장은 18일 “최근 건설사들이 PF 부실화로 인해 잇따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있는데 금융권 대응이 소극적”이라며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은행권에서 대출회수에 집착하지 않고 제대로 심사해 건실한 PF사업장을 보유한 건설사들이 줄도산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라며 “가능성 있는 사업장이라고 판단되는 PF대출은 만기연장을 통해 숨통을 틔워주자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권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저축은행 및 은행들이 PF에 소극적인 것은 부실 확산을 우려한 금융당국의 지도 때문인데 건설사들의 법정관리 신청이 잇따르자 이제 와서 적극 지원하라니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8년 9월 은행권과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만들었다. 당시 은행권의 부동산 PF대출이 증가세였으나 건설경기 침체로 신용리스크가 커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모범규준은 PF대출을 해줄 때 사업성 분석을 강화하고 은행 자체적으로 익스포저(위험노출액) 한도를 설정토록 했다. 부동산 PF대출의 총량을 정해 그 이상은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시공사가 지급보증 및 담보설정 등 신용보강을 한 간접 익스포저도 총량에 포함해 관리하도록 했다.
2006년 8월에는 저축은행의 PF대출 비중을 전체 대출의 30%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지난해 9월에는 감독규정을 더 강화해 올 7월부터는 25% 밑으로 낮춰야 한다. 2013년 7월부터는 20%로 제한된다.
여기에 지난해 10월에는 금감원과 저축은행중앙회가 저축은행 PF대출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사업자금의 2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수 있는 차주(시행사)에 대해서만 PF대출을 해줄 수 있다. 총 PF대출 한도는 물론 지역·차주별 한도를 자체 설정토록 했다. 이런 규정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PF대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성이 있는 PF에 자금을 지원하는 건 당연한 얘기”라며 “문제는 건설사들이 채권은행과 협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이 PF 지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당국의 '당근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발언이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PF 부실채권 정리 방안으로 등장한 금감원의 '배드뱅크 설립'은 초기 단계부터 겉돌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해서는 입장 차를 보이는 등 정책조율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 은행권도 “배드뱅크는 당국이 부실 PF를 은행에 떠넘기기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조태진 기자 tjjo@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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