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부토건,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종합)

만기 도래한 PF 대출 연장 불발 때문

[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도급순위 34위 건설업체인 삼부토건이 만기가 도래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갚지 못하면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12일 금융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삼부토건은 이날 부동산 경기침체와 과다한 지급보증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만기가 도래한 PF 대출금을 갚을 수 없게 되자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접수했다.

문제가 된 사업은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공동으로 시공하는 헌인마을사업으로 13일에 만기가 도래하는 PF 대출 4270억원을 갚을 수 없게 되자 법정관리 신청에 이르렀다. 헌인마을사업은 헌인가구단지로 유명한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374번지에 타운하우스를 지어 분양하는 사업이다. 시행자는 우리강남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로 삼부토건(25.5%)과 동양건설(25.5%), 아르웬(42.0%) 등이 주요 지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업성 하락이 문제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강남지역의 고급주거지로 개발이익이 예상됐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지연된 사업비가 분양가를 올려 수익성이 떨어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삼부토건은 이날 PF대출 만기 연장을 위해 추가 담보를 내놓을 것을 우리은행 등 대주단으로 부터 요구받았는데 함께 시공한 동양건설의 담보여력이 충분치 않아 협상에 진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엔 PF 만기 연장을 전제로 삼부토건 보유의 서울 역삼동 라마다르네상스 호텔을 추가담보로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시장에 워크아웃설이 돌면서 주가가 급락하더니 끝내 법정관리로 이어졌다.

애초에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은 불가능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대주단이 대출을 연장하지 않으면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은 워크아웃 절차를 밟는 것이 불가피했지만 현실적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를 이기지 못하고 건설사들이 잇따라 무너지자 부동산 업계는 침체된 분위기를 전했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건설 수주가 계속 마이너스가 나고 공공발주 물량도 줄어들면서 건설사들의 유동성이 크게 악화됐다"며 "건설경기가 장기간 불황이 지속되면서 부작용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도 "기존 PF 대출도 연장이 어렵지만 사업성에 대해 믿지 못해 신규 PF 대출은 아예 꿈도 못 꾼다"며 "건설업체들의 회복이 불가능한 악순환 구조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삼부토건에 보전처분(가압류와 가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회생채권이나 회생담보권의 강제집행을 금지하는 명령)을 발령했다. 이에 따라 삼부토건은 법원의 허가 없이 재산처분이나 채무변제를 할 수 없다. 삼부토건 채권자의 가압류, 가처분,강제집행 행위도 금지된다. 법원 파산부는 “패스트트랙 적용 사건은 아니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대표자 심문·현장검증 등 절차를 거쳐 회생절차 개시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부토건은 1948년 창업한 국내 건설면허 1호업체로 지난해 도급순위 34위를 기록한 건설업체이다. 현재는 ‘르네상스’ 브랜드의 주택사업 및 국내외 건축·토목·플랜트사업을 벌여왔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8374억원이며 영업이익은 201억원을 기록했다. 신용등급은 BBB+, 회사채 발행잔액은 1850억원 수준이다. 현 회장인 조남욱 회장(8.81%)과 특수관계인이 전체 지분의 24.6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