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옵션 만기를 앞둔 일시적 조정일까, 추세 약화의 신호일까. 12일 코스피 지수는 1.5% 넘게 조정을 받으면서 2090선을 밑돌았다. 이날 외국인은 20거래일 만에 '팔자'세로 돌아섰으며 프로그램은 이번 주 들어 1조원에 가까운 매도세를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대부분 금리발표, 옵션만기 등 각종 이벤트를 전후로 한 일시적 조정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지난달과 같은 랠리를 재차 이어가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이날 장에 대해 "옵션만기를 앞두고 시장에 건설사 관련소식 등 각종 뉴스가 나오면서 코스피의 하락폭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날 시장에는 일부 건설사들의 워크아웃설이 나돌면서 가뜩이나 지난 주 급등에 피로감을 느끼던 건설주이 동반 급락했다. 건설업 지수는 3.5% 조정을 보였다.
이같은 지수 변동성은 만기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심 팀장은 그러나 "지난 1분기 동안의 만기 때보다는 수급 상황이 우호적"이라며 "시장-이론 베이이스간 격차가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시적인 조정 구간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펀더멘탈, 경제지표 개선, 한국 상품의 대체능력에 대한 기대감의 주가 반영도 등은 여전히 낮아 '단기 숨고르기' 정도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 3.0%로 동결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이미 금리 동결을 예상하고 있었던데다 인상 속도 역시 점진적이라는 점에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해석했다.
오히려 이날 금리 동결과는 별개로 시장이 단기 조정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가 상승에 대한 주가 반영이 미흡했다는 점, 베이시스 축소로 프로그램 매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 1분기 실적에 대한 반응이 미온적 수준에 그친다는 점 등을 고려해 봤을 때 단기조정국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는 오버슈팅보다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더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유가상승 자체보다 고유가로 인한 올해 예상순이익의 감익이 더 큰 우려의 대상"이라며 "고유가로 인한 비용증가는 기대이익에 못 미치는 2분기 실적시즌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율 역시 지난 2006년 사례를 비춰 봤을 때 다시 1100원 위로 올라서지 못하는 시기부터 원화 강세의 부정적 영향이 기업 실적 등에 반영될 것이라는 평가다.
윤 팀장은 "지표와 이익개선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을 때 조용히 조정이 시작된다"며 "만약 2분기 증시가 위로 강하게 올라가는 시장이라면 그 출발은 삼성전자가 앞서 갈 것이나, 현재 상승 탄력이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회를 포착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위험을 대비하는 것"이라며 "이번달 재차 상승 시도가 뒤따르겠지만 지난달처럼 시장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을 것"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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