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얼마 전 삼성 모 계열사에 근무하는 B씨는 다른 계열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새로 팀을 꾸리는데 합류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B씨는 고민 끝에 이를 거절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일반 직원 연봉은 큰 차이가 없겠지만 향후 임원이 됐을 때를 가정하면 처우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 그룹인 삼성과 LG, 그리고 LG에서 분리된 LS의 주요 계열사별 임원 연봉(등기임원 기준)이 같은 그룹내에서도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1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각 그룹 계열사가 제출한 201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 7개 주요 계열사의 임원연봉 최대 격차는 13.4배, LG가 4.2배, LS는 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사장이 근무하는 삼성전자 임원의 작년 평균 연봉은 59억9000만원을 기록, 계열사 중 최고였다. 이어 이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호텔신라 임원들은 11억8400만원을 받았다. 또 이 사장이 작년 말 고문으로 선임된 삼성물산 임원 1명에 지급된 1년치 평균 급여는 12억200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 회장의 차녀 이서현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제일모직과 제일기획 임원 연봉은 각각 4억4700만원과 5억7500만원에 그쳤다.
삼성전자 임원연봉이 제일모직에 비해 13.4배나 많았던 셈이다.
LG그룹도 구인회 창업주 장손인 구본무 회장이 이끌고 있는 지주회사 ㈜LG 임원들이 26억4400만원을 받으며 1년간 근무해 모든 계열사 중 연봉이 가장 높았다.
㈜LG 다음으로는 LG화학이 12억8100만원, 구 회장의 동생 구본준 부회장이 CEO로 있는 LG전자가 10억4900만원, LG디스플레이 10억3000만원의 순이었다. 반면 LG이노텍 임원들은 6억2800만원에 그쳤다.
㈜LG임원과 LG이노텍 임원 연봉이 4.21배의 격차를 기록한 것이다.
LS그룹도 구태회 명회회장의 장남 구자홍 회장이 CEO로 있는 지주사 ㈜LS 임원들이 1인당 8억6400만원의 보수를 받은 반면 구 회장 동생 구자엽 회장이 이끌고 있는 LS산전은 8억4200만원, 구태회 명예회장의 동생인 구평회 E1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열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LS전선은 6억10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아직 한국 재벌가에서는 장자 승계전통이 강하기 때문에 당연히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사업을 장남이 물려받고, 임원 연봉도 덩달아 높을 수 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재계가 3,4세 경영시대를 맞이하면서 각 그룹이 신사업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형제, 남매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그룹 내부 계열사 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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