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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1군 건설사의 '굴욕'‥10억 공사에 대형건설사들 '우르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24초

S건설 최근 10억원짜리 수도권매립지공가 수주...물량 태부족한 건설업계 현실 반영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지난 5일 끝난 인천 서구 소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10억원 짜리 공사 입찰 결과를 본 인천 지역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공사 규모로 볼 때 중소업체 중 하나가 낙찰 받을 줄 알았지만, 결과는 시공능력 기준 30위 안에 드는 대형 건설업체 S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공사 입찰에 S건설 외에 P건설, I건설 등 다른 100위권 내 대형 건설업체들도 뛰어들었다가 '물을 먹었다'는 것이다.


이 공사는 매립지공사가 인천지방조달청에 의뢰해 5일 오후 2시 공사입찰을 마친 '유량조정조 준설ㆍ구조 개선 및 소화조 주변 포장공사'였다. 공사 추정 금액은 10억300만원 이었다. 여기에 S건설은 예정가의 87.95%(7억7260만원)에 응찰해 우선계약대상자로 선정됐다.

입찰 결과를 보고 놀란 것은 발주처인 매립지공사도 마찬가지였다. 당초 이 공사에 지역 내 전문건설업체나 환경설비업체가 응찰할 것으로 예상하고 적격심사 대상업종을 '인천 소재 산업ㆍ환경설비공사업'으로 지정해 놨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침 인천에 소재해 있고 관련 면허까지 갖고 있는 1군 대형 건설업체들이 공사 입찰에 일제히 뛰어들었고, 결국 S건설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수주액이 1조원 안팎인 대형 건설업체들이 예전같았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10억 원 짜리 '동네 공사'를 따내기 위해 벌떼같이 몰려 들어 경쟁을 벌이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선 "최악의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일어나고 있는 암울한 자화상"이라며 씁쓸해 하고 있다.


인천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물량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대형 건설업체들이 그 작은 공사 입찰에 조차 대거 몰려간 것 같다"며 "법에 어긋나지는 않지만 대기업들이라면 덩치에 맞게 놀아야 되는 것 아니냐. 참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 중인 S건설도 "우리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 어쩔 수 없었다"며 어려운 형편을 하소연했다.


S건설 관계자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죽기 살기로 공사 수주에 나서고 있는 형편"이라며 "관련 공사 면허를 유지하려면 일정 정도 금액 이상을 수주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중소 건설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입찰에 참여했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1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까지 1군 업체가 공사를 싹쓸이하면 중소업체는 사실상 문 닫으라는 말이냐"며 "연 매출액이 수천억원 넘는 1군 업체가 적정금액보다 턱없이 낮은 금액으로 최저가 입찰에 나서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 건설공사 물량은 2007년 127조9000억원을 기록한 뒤 4년 연속 감소하면서 지난해엔 103조2000억원 대에 그쳤다. 특히 공공공사는 더 많이 줄어들어 지난 2009년 58조4000억원에서 올해 35조원 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예전엔 대형 프로젝트에만 손을 대던 대형 건설사들이 LH의 아파트 공사 입찰 등 수백억원대의 프로젝트 수주에 뛰어드는 바람에 중소 건설업체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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