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2년 대통령 재선을 위한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재선 선언은 2008년 대선 승리의 일등 공신인 풀뿌리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 통해 이뤄졌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1300여명의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지속적인 변화는 결코 쉽고 빠르게 오지 않는다”면서 “전국 각지의 지지자 여러분들은 우리가 만들어왔고 만들어 갈 진보를 보호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분들은 선거 캠페인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전에 2012년 재선을 위해 조직화할 필요할 필요가 있다”며 재선 캠페인 시작을 알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 캠페인은 대규모 이벤트가 아닌 여러분과 함께 시작할 것”이라면서 자신을 백악관에 입성하게 해준 풀뿌리 선거운동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도 휴대전화 메시지나 이메일, 온라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거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 오바마 재선 캠프는 이날 일반 국민들의 지지 발언으로 엮어진 ‘우리와 함께 시작하자(It begins With Us)’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중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대선 운동 신청서류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FEC에 서류를 제출해야만 공식적인 선거자금 모금이 가능하다. 지난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캠프는 선거자금으로 역대 최고인 7억4500만달러(약 8150억원)를 모았는데, 이번에는 10억달러 이상을 목표로 잡고 있다.
재선 캠프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시카고에 차려졌다. 재선에 나선 역대 대통령 중 워싱턴 인근 지역이 아닌 곳에 선거 캠프를 차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시카고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가 부인 미셸 오바마를 처음 만난 곳도, 96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 처음으로 정계에 진출할 수 있었던 기반이 됐던 곳도 모두 시카고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중간선거 때부터 생긴 반(反) 워싱턴 정서를 이용하기 위해 시카고에 둥지를 틀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전략가인 케런 피네이는 “유권자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시카고에서 왔으며, 그의 뿌리가 미국의 중산층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줄 수 있는 좋은 방법” 이라고 평가했다.
선거 캠프는 짐 메시나 전(前)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이 이끌게 됐다. 2008년 대선의 핵심 멤버였던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백악관 수석 보좌관도 캠프에 합류했다. 로버트 깁스 전 백악관 대변인은 선거 캠프에서도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총괄, ‘오바마의 입’으로 활동하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20개월 전,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군 중 가장 먼저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민주당 내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대신할 인물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무난히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로 지명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화당에서는 수많은 잠룡들이 난립하고 있다. 공화당 차기 대선후보로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 헤일리 바버 미시시피 주지사, 존 헌츠먼 전 주중대사, 미셸 바흐만 하원의원 등이 꼽히고 있다.
선거 운동의 초점은 역시 ‘경제’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의 상황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는 미국 경제 회복 조짐을 분명히 나타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업률은 3월 8.8%를 기록하며 2년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재정적자 문제는 오바마 재선 레이스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민주·공화 양당이 오는 8일까지 2011년 회계연도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정부폐쇄를 맞을 수 있다. 또한 정부 부채 한도가 상향조정되지 않을 시 미국은 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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